자산운용사, ABCP 감축 나섰다

머니투데이 현상경 기자 2007.10.18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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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PF 불신으로 ABCP부터 우선 감축

기업어음(CP)의 주요 수요처였던 자산운용사들이 이달들어 기업어음(CP) 편입비중을 눈에 띄게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PF대출에 대한 경고가 잇따르고 단기금리가 지속적으로 상승하자 자산유동화어음(ABCP)을 중심으로 매입을 꺼리고 있는 탓이다.

17일 펀드평가사 제로인 집계에 따르면 국내 운용사들의 채권형펀드에서 CP매입 비중(순자산총액 기준)은 지난 8월 중순만해도 8.24%(8월27일)까지 올랐으나 이후 서서히 매입폭이 줄어들면서 이달 15일 현재 7.50%까지 떨어졌다.



금액 기준으로도 8월말 3조8669억원에 달했던 채권형펀드 내 CP자산 금액이 4000억원 가까이 빠지면서 최근 3조4873억원으로 감소했다. 특히 운용사들 가운데 CP매입비중이 가장 높은 하나UBS자산운용이 8월중순~9월말까지 30%대 비중을 유지했으나 10월 이후 급감, 25%대까지 떨어졌다.

MMF에서 CP를 사들이는 규모도 줄었다. 운용사 전체 기준으로는 8월이후 현재까지 MMF내 CP비중이 17~18%로 고른 분포를 보였으나 MMF 순자산총액 업계 2위인 하나UBS운용이 9월중순 한때 39.09%까지 비중을 늘렸다가 9월말부터 비중을 줄여 15일 현재 32.78%까지 내렸다.



또 4위인 SH운용이 9월중순 18%대였던 매입비중을 최근 16.93%까지, 우리CS자산운용이 18%까지 올랐던 비중을 최근 15%대까지 떨어뜨렸다.

자산운용사들이 이처럼 CP매입을 꺼리는 데는 올들어 9조5,000억원(10월6일 기준) 가까이 늘어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유동화 ABCP에 대한 부실화 우려가 커진 것이 배경으로 풀이된다.

김형기 삼성투신운용 채권운용3팀장은 "아직 ABCP시장 전체에 신용경색 문제가 불거졌다고 보긴 어렵지만 CP 매입이 꺼리지는 건 사실"이라며 "특히 은행의 신용공여없이 시공사 채무보증으로만 발행된 A1등급 미만의 ABCP는 채무 불이행이 벌어질 수 있다는 걱정도 없지 않다"고 풀이했다.


또 MMF, 채권형 펀드로의 자금유입 규모 자체가 줄어들면서 감소한 부분을 그대로 CP에서 차감하고 있다는 이유도 있다.

박호열 하나UBS운용 채권투자전략팀장은 "MMF 자산규모가 한때 51조원대로 떨어지고 채권형펀드 자산도 46조원대로 줄어드는 등 자금유입이 줄거나 정체되는 모습이 확연하다"며 "건설경기 침체로 ABCP의 리스크 우려까지 불거진 상황에서 가장 손쉽게 규모감소에 손이 가는 부분이 ABCP"라고 평가했다.



ABCP의 경우 3개월 미만의 단기유동화 증권이다보니 만기때 차환발행에만 참여하지 않으면 쉽게 비중을 줄일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이처럼 ABCP 수요처가 줄면서 발행시장이 위축될 경우 이를 통해 저리로 자금을 조달한 건설사들의 현금흐름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운용업계의 한 관계자는 "CP에 비해 30bp가량 높은 금리가 제공되는 CD, 정기예금도 많은 데 굳이 CP시장으로 눈돌릴 이유가 없다"며 "게다가 건설사의 채무보증 논란으로 이미 시장전반에 ABCP에 대한 불신이 있어 신규발행과 차환에 대한 수요는 더 줄어 들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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