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88달러에도 코웃음 치는 이유는

김병근 기자 2007.10.17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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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외 지역 피해 크지 않을듯

국제 유가가 장중 배럴당 88달러를 돌파했으나 어떠한 불길한 조짐도 찾기가 어렵다. 고유가 여파로 증시가 약세를 보였지만 정도가 심한 것은 아니다.

16일(현지시간) 서부텍사스산중질유는 88달러에 육박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과 유럽 증시가 모두 하락했지만 유가보다는 다른 이유가 더 많았다.



17일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을 공개한다. 관계자에 따르면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은 이전 전망치인 5.2%보다 낮지만 지나치게 나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유가가 배럴당 88달러에 육박한 것은 쉽게 웃어 넘길 일이 아니다. 1980년 이란에서 이슬람 혁명이 발발한 이후 유가는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당시 고유가는 선진국에 스태그네이션과 인플레이션을 촉발하는 데 상당 부분 기여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배럴당 88달러는 이슬람 혁명 당시보다 더 높은 것이 아니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한다면 실질 가치 면에서 이전의 기록을 경신하게 될 것이다.

최근의 유가 급등은 터키를 둘러싼 지정학적 우려에서 촉발됐다. 그러나 아마 이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선진국에서의 유가 및 재고 하락과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중국의 원유 수요일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여름 소비가 늘어나는 반면 생산량은 이에 미치지 않아 향후 5년간 유가가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반적으로 인정하는 바와 같이 유가가 달러화로 매겨지다 보니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유가의 정확한 가치가 계산이 안 된다.

달러는 최근 3년간 30% 가량 가치가 절하됐다. 그만큼 실질 유가도 떨어진 것이다. 유가를 유로나 위안화 또는 파운드화로 결제한다면 국제유가는 아직 사상 최고치에 한참 미달한다.



인플레이션을 고려하고 거기에다 달러 약세까지 환산하면 유가가 120달러~130달러 정도는 가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달러 베이스로는 유가가 높은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달러 약세는 더 지속될 것이다. 미국은 서브프라임에서 촉발된 신용 경색에다 고유가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다.

결국 유가 상승으로 미국 이외에는 큰 피해를 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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