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시간) 서부텍사스산중질유는 88달러에 육박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과 유럽 증시가 모두 하락했지만 유가보다는 다른 이유가 더 많았다.
물론 유가가 배럴당 88달러에 육박한 것은 쉽게 웃어 넘길 일이 아니다. 1980년 이란에서 이슬람 혁명이 발발한 이후 유가는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당시 고유가는 선진국에 스태그네이션과 인플레이션을 촉발하는 데 상당 부분 기여했다.
최근의 유가 급등은 터키를 둘러싼 지정학적 우려에서 촉발됐다. 그러나 아마 이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선진국에서의 유가 및 재고 하락과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중국의 원유 수요일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여름 소비가 늘어나는 반면 생산량은 이에 미치지 않아 향후 5년간 유가가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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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인정하는 바와 같이 유가가 달러화로 매겨지다 보니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유가의 정확한 가치가 계산이 안 된다.
달러는 최근 3년간 30% 가량 가치가 절하됐다. 그만큼 실질 유가도 떨어진 것이다. 유가를 유로나 위안화 또는 파운드화로 결제한다면 국제유가는 아직 사상 최고치에 한참 미달한다.
인플레이션을 고려하고 거기에다 달러 약세까지 환산하면 유가가 120달러~130달러 정도는 가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달러 베이스로는 유가가 높은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달러 약세는 더 지속될 것이다. 미국은 서브프라임에서 촉발된 신용 경색에다 고유가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다.
결국 유가 상승으로 미국 이외에는 큰 피해를 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