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에세이]여성호르몬이 늘었나?

김영권 정보과학부장겸 특집기획부장(부국장대우) 2007.10.16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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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이것만(1) : 다림질에서 배우는 명상효과

[웰빙에세이]여성호르몬이 늘었나?


요즘들어 다림질이 재밌어졌다. 젊었을 때 유난히 싫었던 일 가운데 하나가 다림질이다.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 중요한 일이 얼마나 많은데….' 이런 생각을 하면 다리미 손잡이를 잡는 것 자체가 '인생 낭비' 같았다.

다림질을 싫어하고 못하니 군대에서도 고초가 많았다. 그래서 장가갈 때는 이런 다짐까지 받았다. '다른 건 몰라도 다림질은 안할거야!'



그런 다림질이 좋아졌다. 거실에 자리를 잡고 다림판을 펴면 갑자기 마음이 편안해진다. '지금부터는 오로지 다림질만 하면 된다.'

이런 자세로 열심히 다리면 구겨진 옷이 빳빳하게 되살아 난다. 잡생각을 떨치니 복잡했던 머릿 속도 다시 세팅이 된 기분이다. 남자는 갈수록 여성호르몬 분비가 늘어 여성화되고, 여자는 그 반대라더니 그래서 그런가.



곰곰히 생각해 보니 다림질처럼 명상 효과가 있는 일이 몇몇 더 있다. 첫째는 머리깎기. 이발소나 미용실 의자에 앉으면 왠지 마음이 느긋해진다.

둘째, 장거리 버스 타기. 출장이든, 여행이든 몇시간 달리는 차에 그냥 몸을 맡겨야 하는 상황이 되면 널널한 기분이 든다.

셋째, 비행기 타기. 장거리 버스 타기보다 효과가 훨신 강력하다. 이 하늘 위에서 나를 성가시게 할 사람은 없다. 오라가라 할 사람 없고, 하라마라 할 사람 없다. 휴대폰도 아웃이다. 나는 나를 옥죄는 공사다망한 네트워크에서 잠시 떨어져 나와 홀로된 자유로움을 느낀다.


이런 일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첫째, 함부로 움직일 수 없다. 나는 비좁고 불편한 공간에서 오히려 자유를 누린다. 물론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다. '아, 꼼짝할 수 없는 이 자리, 정말 미치겠다!'

하지만 어쩌랴. 이발 가운을 입고 뛰쳐 나갈 수는 없지 않은가. 달리는 버스에서, 날아가는 비행기에서 뛰어내릴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그러니 자유로움과 답답함은 순전히 내 마음에 달려 있다. 마음 먹기에 따라 지금 내가 자리한 곳이 탁 트인 벌판이 될 수 있고, 꽉 막힌 감옥이 될 수도 있다.

둘째, 서두른다고 일이 빨리 되지 않는다. 아무리 바빠도 다림질을 하다 말 수는 없다. 어느 한쪽을 빼고 다릴 수도 없다. 머리도 조급하다고 빨리 깎아지지 않는다. 움직이면 더 늦어진다.

셋째, 다른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을 받아들이고 이에 순응한다. 받아들이고 순응하니 심하게 출렁이던 마음의 파도가 잔잔해진다. 나는 한가지 일에 집중하거나, 아무 생각없이 앉아 있는다. 아니면 졸거나 잔다. 아주 잠깐이지만 분주한 마음을 잡아 가두니 머리가 맑아지고, 몸은 개운해진다.

넷째, 결과가 바로 나온다. 과정과 결말 사이의 시차가 짧다. 막연한 미래가 아니라 구체적인 미래를 향해 간다. 그만큼 현재에 충실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에 충실하면 성과도 대체로 좋다.

이 방법을 다른 일상에도 적용해 보자. 우선 한번에 한가지만 한다. 조급함을 버리고 서둘지 않는다. 일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그 일에 집중한다. 일 자체가 목적이다. 그 속에서 즐거움을 찾는다. 다음 일을 하기 위해 이번 일을 빨리 끝내는게 목적이 아니다. 다음 일은 다음에 한다. 다음 일도 차례가 오면 이번 일이 된다.

'이번엔 이것만!' 나의 일상을 즐겁고 평화롭게 바꾸는 일은 이렇게 간단할 수 있다.

 
  ☞웰빙노트
 
좀처럼 한가지 일에만 몰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음악을 들으면서 동시에 책을 읽는다. 혹은 식사를 하면서 텔레비젼을 본다. 여행을 하면서 끊임없이 누군가에게 전화를 한다. 이런 사람은 도처에 있지만 생각해보면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것은 행복으로 가는 방법이 아니다. 비록 스피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지만 말이다. 많은 일들을 동시에, 즉시 그리고 언제라도 거침없이 해낼 수 있어야 인정받는 세상이라 해도, 이는 진정한 행복과는 거리가 먼 슬로건이다.
<알젤름 그륀, 삶을 배우는 작은 학교>
 
당신은 말할지도 모릅니다. 언젠가는 그것을 해내겠다고. 당신은 목표에 지나치게 전념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현재의 순간을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축소하고 있지는 않나요? 그래서 지금 당신이 하고 있는 일에서 기쁨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요?

어떤 미래를 기다리고 있습니까? 만일 그러한 마음의 유형을 발전시킨다면 당신은 무엇을 얻거나 달성했더라도 현재가 결코 충분히 만족스러울 리 없습니다. 미래가 항상 더 좋아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영원히 불만스럽고 부족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습관적으로 뭔가를 기다리곤 합니까? 당신은 여태까지 무언가를 기다리느라고 삶을 얼마나 낭비했습니까? 당신은 우체국에서, 혼잡한 거리에서, 공항에서, 누군가를 기다려 왔습니다. 무슨 일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다음 휴가를 기다리고, 더 나은 직장을 기다리고, 아이들이 다 자랄 때를 기다리고, 진정한 인간관계를 기다리고, 성공하고 부자가 되고 중요한 인물이 되기를 기다리고, 깨닫는 날을 기다려 왔습니다. 그러나 작은 기다림이든 큰 기다림이든 모두가 다 낭비일 뿐입니다. 정말 잘 살아보겠다고 평생을 낭비하는 사람도 흔합니다.
 
기다림이란 마음의 상태입니다. 그것은 근본적으로 현재를 원하지 않고 미래를 원한다는 의미입니다.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을 원하지 않으며 갖지 못한 것을 원하는 것입니다. 모든 종류의 기다림은 우리가 원하지 않는 '지금 여기'와 기대를 걸고 있는 미래 사이에 무의식적인 갈등을 만들어 냅니다. 그 결과, 현재를 잃어버리고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지게 됩니다.
<에크하르트 톨레,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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