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PB-펀드 영업 잘돼도 걱정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2007.10.15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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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수익원이면서 예금이탈 가속 요인

자산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이면서 은행들의 프라이빗뱅킹(PB) 영업과 펀드 판매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은행입장에선 새로운 수익원이 생기는 것이지만 마냥 반길 일만은 아니다. 전통적인 영업기반인 예금 이탈을 촉진시키는 효과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예금 이탈로 고전하고 있는 은행들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올들어 감소 추세다.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등 4대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MMDA 제외)은 9월말 현재 106조6355억원으로 지난 연말대비 5조8448억원(5.2%) 감소했다. 대출 자산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저금리 조달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어 수익성 악화의 원인이 되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요구불예금 감소는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자(CMA) 등으로의 자금 이동도 배경이지만 은행들의 PB영업활성화도 한몫하고 있다. 자산관리가 철저하게 이뤄지면서 그냥 '놀리는' 자금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다.

요구불예금과 같이 수시 입출금이 가능한 상품이면서 수익률이 높은 콜론형 특정금전신탁(MMT)의 인기도 이런 흐름을 보여준다.



은행, PB-펀드 영업 잘돼도 걱정


MMT는 콜론이나 은행 발행어음 등에 투자하는 단기 자금운용 상품으로 하루만 맡겨도 상대적으로 높은 연 4.5~4.9%의 이자를 준다. 요구불예금 금리는 0.2%, 금액에 따라 금라가 차등적용되는 MMDA(수시입출식 예금)는 3.5~4.5% 정도의 금리가 지급돼 MMT보나 낮다.

국민, 우리, 하나 등 3개 은행의 MMT 잔액은 지난 연말 4조2496억원이던 것이 9월말 현재 7조7406억원으로 3조4910억원(82.1%) 급증했다.

펀드 판매 급증도 은행의 예금 영업만 놓고 보면 도움이 되지 않는다. 펀드 투자 자금이 늘어날수록 정기예금 등 예금으로 운용할 자금이 줄어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은행, PB-펀드 영업 잘돼도 걱정
4대 은행의 펀드 판매 잔액은 지난 9월말 현재 85조3568억원 올들어 22조7480억원 (36.3%) 급증했다. 신한은행이 올들어 9개월 동안 판매 잔액이 51.5% 급증한 것을 비롯, 하나(43.1%), 국민(34.5%), 우리(13.7%) 등도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반면 정기예금 잔액은 올들어 9월말까지 전년말 대비 7.4%(12조3183억원) 늘어난 179조2020억원에 그쳤다. 이는 4대 은행의 대출 증가율(원화대출금 기준) 10.4%에도 못미치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PB영업, 펀드 판매 활성화 등이 요구불예금, 정기예금 등 예금 이탈을 가속화시키는 측면이 있다"며 "하지만 고객 자산을 적극적으로 운용해주기 위해서는 영업을 게을리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새로운 영업과 전통적인 영업이 상충하는 면이 있다"며 "새로운 영업도 해야하고 대출도 계속해야 하기 때문에 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공공기관 자금 등이 갈수록 중요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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