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열패밀리 뜨니 삼성 지주사 '꿈틀'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2007.10.10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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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출자는 삼성물산 일원화 전망… 이부진씨·물산, 석화 추가취득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맏딸(이부진 호텔신라 상무)과 삼성물산 (48,100원 ▲2,300 +5.0%)이 삼성석유화학 지분을 추가로 취득한 이후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재부각 가능성 등 지배구조 변화 방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부진 호텔신라 상무가 영국의 BP(브리티시 페트롤리엄)이 보유하고 있던 삼성석화 지분 47.4% 중 33.2%를 인수했다. BP의 잔여 지분 14.2%는 삼성물산이 192억원에 사들였다. 이에 따라 이 상무는 삼성석화의 최대 주주에 올랐고 삼성물산은 2대주주가 됐다.



이전까지 삼성석유화학의 지분구조는 제일모직 (0원 %) 21.39%, 삼성물산 13.05%, 삼성전자 12.96% 이었지만 이후 이 상무 33.2%, 삼성물산 27.27%, 제일모직(21.39%), 삼성전자(12.96%) 등의 순이 됐다.

이에 따라 이 상무의 화학 계열사에 대한 지배권 강화 외에 그룹의 준지주회사로 꼽히는 삼성물산이 계열사간 출자 등 돈이 들어가는 사업은 도맡게 된다는 의미도 갖게 됐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4%, 삼성테크윈 4.3%, 제일기획 12.6%, 삼성정밀화학 5.6%, 삼성SDS 18%, 삼성네트웍스 19.5%, 에버랜드 1.5%, 삼성종합화학 38.7% 등(6월말 기준)을 갖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계열사 출자 같은 문제는 삼성물산이 도맡고 여타 계열사들은 업종별 전문화를 고려해 상호 투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방침이 그룹 차원에서 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그룹내에서 확장 성향이 두드러진 제일모직이 에이스디지텍(전자재료업체)을 인수하고 호텔신라가 면세점 사업 확대, 상품권 발행 등으로 사업을 키우고 있지만 관련 사업다각화로 전문화 경향이 두드러진다.

호텔신라도 이부진 상무가 삼성석화 지분 취득에 참여했지만 이에 대해 삼성그룹에서는 회사 차원이라기보다 그룹 대주주 일가 중 상대적으로 자금 여유가 있는 이 상무가 나선 것이라는 설명을 곁들였다.

삼성그룹이 올 상반기 주요 상장 계열사들에게 여유자금이 생길 때마다 자사주를 적극적으로 매입하라는 권고안을 내놓고 삼성물산, 삼성화재, 삼성증권,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정밀화학, 삼성전자 등이 3조원 안팎의 자사주를 사들인 것도 지주사 전환 가능성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도 있다.


삼성물산이 이날 7.3% 상승하며 지수 상승폭(1.34%)과 삼성전자 상승률(2.79%)을 압도한 것도 지주사 효과 등에 대한 기대감 등이 작용한 결과다. 지주사 구조로 탈바꿈할 경우 계열사간 순환출자 등으로 상대적으로 홀대받아왔던 보유 지분에 대한 평가액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교보증권은 최근 "삼성전자 (63,000원 ▼100 -0.16%)가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에 경영권 프리미엄이 더해져 비교적 높은 가격에 매각으로 매각된다면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전환이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교보증권은 삼성그룹의 지주회사로 전자계열 지주회사(지주회사 삼성전자), 일반 제조계열 지주회사(삼성물산), 제일모직 그룹(제일모직), 금융그룹(삼성생명) 등을 꼽은 바 있다.



한편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유보적인 입장은 여전하다. 삼성그룹쪽에서는 "주요 계열사의 오너 지분이 전체의 10% 수준 안팎으로 낮은 상황에서 지주회사 체제로 바뀌려면 자회사 주식 매입에 현금으로 30조원 이상이 필요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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