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오일머니, 블랙러시에 동참하라

머니투데이 홍정표 기자, 황숙혜 기자 2007.10.17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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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황의 투자카페]선진국보다 리스크 적은 '기회의 땅' 러시아·중앙아시아

넘치는 오일머니, 블랙러시에 동참하라


일제 시대 한국인의 강제 징용 현장이었던 사할린, 스탈린의 강제 이주 정책으로 18만명에 이르는 고려인이 강제 이주 당했던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우리에게는 슬픈 과거로 기억되는 땅에 사람과 돈이 몰리고 있다. 유전과 가스전, 광산에서 한 몫 잡으려는 해외 기업과 투자가들의 행렬은 '블랙러시'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제2의 중동으로 부상한 러시아와 중앙아시아는 펀드를 통해 국내 투자자금도 끌어당겼다. 정말 기회의 땅일까. 이렇게 흥분할 만한 근거가 있는 것일까.

"블루오션 맞습니다."



우리은행 IB(투자은행) 부문의 수장 홍대희 부행장의 대답은 담백했다. 간결한 답변에서 오히려 강한 확신이 느껴졌다.

토종 IB의 숨은 강자인 홍 부행장. 그의 손길이 미친 곳만 30여개 국가, 운용 자산은 수 조 원에 이른다.

그는 이미 4년 전 사할린의 투자 가치를 발굴, 일찍이 '블랙러시'에 앞장 선 장본인이다. 남다른 감각과 혜안을 지닌 그에게서 단순한 숫자가 아닌 피부로 느껴지는 생생한 투자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빗나가지 않았다.


"단적으로 카자흐스탄에서는 호텔방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만큼이나 어려워요."

해외 투자자들은 밀려 들어오는데 그 수요를 소화할 만큼 충분한 숙박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다는 것. 미국의 한 석유회사는 특급 호텔 룸의 절반 가량을 아예 장기 임대해 버렸단다.

"눈을 바깥으로 돌려보세요. 투자할 곳이 얼마나 많은데요."

수백 조 원에 이르는 부동자금이 국내에서 갈 곳을 찾지 못하는 현실이 그는 안타까운 모양이다. 세계 경제가 톱니바퀴 마냥 맞물려 돌아가는 세상을 살면서 투자 시야를 국내 시장에 제한하는 것은 지혜롭지 못하다는 것. 특히 이머징마켓이 기회로 보나 리스크로 보나 선진국보다 매력적이다.

"70년대 한국과 비슷해요. 수요가 절대적으로 우위거든요. 일례로, 아파트를 지어올리기 무섭게 팔려나가죠."

이미 개발이 완료돼 틈새시장에서 승부를 걸어야 하는 선진국보다 이머징마켓에 입맛이 당기는 이유다. 아파트든 상가든 입지에 걸맞게 개발하면 수익을 낼 아이템이 머릿속에 펼쳐진단다.

"이머징마켓의 부동산 개발로 연 10~15%의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어요. 중국펀드가 고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하락 사이클에서 시장 리스크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안정성 측면에서 매력적이지 않죠."

기회의 땅이라는 데 동의하더라도 제도적, 정치적 리스크가 투자에 걸림이 되지 않을까.

"물론 선진국에 비해 제도적인 불확실성이 존재하죠. 하지만 오히려 시장원리에 충실한 곳이 이머징마켓이기도 합니다."

일례로 분양가 자율제를 들었다. 분양가를 수급에 따라 조절할 수 있고, 수요가 높으면 1차보다 2, 3차 분양 때 가격을 높일 수 있다는 것. 상한제와 10년 전매 금지 등 최근 국내 제도와는 크게 대조적이다.

풍부한 자원과 개발 열기로 뜨거운 아시아 이머징마켓. 고성장과 투자 러시가 언제까지 이어질까. 또 그 후에는 지구촌 어느 곳이 영광의 땅으로 부상할까.

"앞으로 5~10년은 지속될 것으로 봅니다. 글로벌 경제 사이클이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더 길게는 힘들 거예요. 그리고는 아프리카가 바통을 이어받지 않을까 싶어요."

그렇다면 5년 후를 바라보고 아프리카 펀드에 가입해야 한다는 얘기일까. 이쯤에서 홍 부행장이 생각하는 재테크 전략이 궁금했다.

"글로벌, 장기, 그리고 대중과의 역행. 세 가지면 충분하죠."

풀어보면 이렇다. 남의집 잔치상이라고 주빗거릴 것이 아니라 과감하게 젓가락을 걸칠 것. 단기 수익에 연연해 하지 말고 길게 보고 갈 것. 그리고 군중심리에 휘둘리지 말 것.

"가령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가 그렇죠. 펀더멘털이 아닌 심리적인 문제인데 주가가 급락했죠."

이 때가 매수 기회라는 얘기다. 또 압류돼 급매로 나오는 미국 주택을 벌처펀드를 포함한 발빠른 투자자들이 낚아채고 있다는 소식이다.

홍 부행장은 지나친 기대수익률에도 일침을 놓았다. 중국펀드를 포함한 일부 펀드의 쏠림현상이 아픈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 우려와 동시에 금융인으로서의 사명감도 느낀단다.

"프로젝트 파이낸싱으로 시장 리스크를 회피하면서 연10~15%의 수익을 안정적으로 주는 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일반인도 가질 수 있도록 방안을 모색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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