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위원장, 남북경협 '파격'수용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07.10.04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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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전력 밀집 해주지역에 경제특구 세우고 개성-평양 도로 이용도 허용

4일 발표된 '10.4 남북공동선언'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받아들인 경제분야 합의사항들은 그야말로 '파격'에 가깝다.

당장 전체 해군 전력의 60%가 몰려있는 해주지역에 경제특구를 세우기로 한 것부터가 그렇다. 경의선 개성-신의주 구간의 개보수 사업을 수용해 북한 영토를 종단할 수 있게 하고, 군사지역이 가로놓인 개성-평양 간 도로의 남북 공동이용을 허용한 것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체제위협의 소지가 있는 사안에는 보수적인 입장을 보여왔던 김 위원장이 말 그대로 '통 큰 결단'을 내린 것이다. 차기 정부에서 남북 관계가 냉각될 것을 우려한 김 위원장이 경협 과제들을 서둘러 처리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10.4 선언'의 경제분야 합의사항이 2000년 '6.15 공동선언'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구체적이고 다양한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6.15 선언'에 담긴 경협 관련 합의사항은 "남과 북은 경제협력을 통하여 민족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킨다"는 단 한줄에 불과했다. 반면 이번 선언에서 경협과 관련해 명시된 구체적 합의사항은 무려 10여가지에 이른다.



김정일 위원장, 남북경협 '파격'수용


이번 선언에서 합의된 경협 과제 가운데 백미는 단연 '서해평화협력 특별지대' 설치다. 한강하구에서 황해남도 해주에 이르는 서해안 일대를 특별지대로 묶는 종합 프로젝트다. 스케일 면에서 개성공단은 비교도 되지 않는다.

우선 해주지역에 경제특구가 건설된다. 해군 병력이 밀집된 군사 요충지인 해주를 특구 지역으로 내어줬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과 북한 군부의 전향적인 결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 특별지대 프로젝트에 따라 민간선박의 해주 직항로 통과가 허용되고, 한강하구에 대한 공동이용도 추진된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부 지역을 공동어로구역으로 정하고, 한강하구와 연평도 사이의 어로불가능지역을 평화수역으로 설정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개성-신의주 철도와 개성-평양 고속도로의 공동이용을 위한 개보수 추진 역시 상당한 수준의 군사적 보장조치가 필요한 사안인데도 이번에 합의가 이뤄졌다. 형식상 경의선은 이미 서울-신의주 간 개통이 이뤄져 있지만, 북한 내 선로로 낙후돼 있어 실질적 운행이 어려운 터다. 개성-평양 고속도로도 인근에 군사지역이 있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북한이 통행을 제안해 온 곳이다.

남북은 서해 남포와 동해 안변에 조선협력단지를 조성, 선박블록공장을 짓는 데도 합의했다. 동해안의 안변을 조선단지 후보지로 잡은 것은 울산, 거제도 등에 위치한 남측 조선소들과의 접근성을 고려한 것이다. 그러나 남북의 경협 거점이 동해안으로까지 확산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백두산 관광도 눈길을 끄는 합의사항이다. 남한은 이를 위해 백두산-서울 직항로를 개설키로 뜻을 모았다. 중국을 경유해 백두산을 방문하는 연 10만명의 남한 관광객 수요를 흡수하기 위함이다.

한편 남북은 시범협동농장 운영, 종자 개발·처리 시설 지원 등 기존 합의사항도 적극 이행키로 합의했다. 이를 통해 남한의 자본 및 기술과 북한의 토지 및 인적자원을 결합, 북한의 식량난을 해소하자는데 양측의 구상이다.

또 자연재해 방지를 위한 산림녹화, 병충해 방제 등의 남북 공동대응도 추진된다. 남북은 취약계층인 영유아와 임산부를 지원하기 위한 당국간 협력에도 착수키로 했다.



허찬국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당초 기대했던 것보다 구체적인 경협 관련 합의들이 많이 나왔다"고 평가했다.

허 본부장은 그러나 "참여정부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고려할 때 후속조치를 얼마나 잘 이어가느냐에 따라 이번 선언의 성과가 판가름 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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