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후보와 이해찬 후보가 주장해온 '원샷' 경선을 수용한 셈. 다만 선거인단에 대한 전수조사는 실시하지 않고 의혹이 있는 부분에 대한 조사를 진행키로 했다.
◇신당, 원샷 경선 결정 = 3일 오전 이 후보측에서 '원샷 경선'과 '선거인단 전수 조사' 제안을 내놨다. 손 후보측도 동의했다. 두 후보는 그러면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6일과 7일로 예정된 경선에 불참하겠다고 당 지도부를 압박했다.
하루 종일 진행된 마라톤 회의 끝 내놓은 게 '국민경선 정상화 방안'. 경선 일정 변경이 골자다. 현재 진행중인 지역순회 경선을 중단하고 남은 8개 지역경선과 모바일 투표를 14일 한꺼번에 실시키로 한 것.
다만 전수조사의 경우 "요구 취지를 받아들여 부정무더기 대리접수 의혹을 철저히 조사하겠다"는 수준에서 끝냈다. 손.이 후보측 요구를 모두 받아들인다는 눈총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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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鄭측 "당지도부는 X맨?" = 정동영 후보측은 강력 반발했다. "동네 축구를 해도 이것보다 낫다" "전반전이 7대 1로 끝난 뒤 힘드니까 후반전을 1주일 있다가 하자고 하는 것" 등 볼멘소리가 쏟아졌다.
내부적으로는 '경선 일정 연기' 방침보다 그 이면에 깔린 당 지도부 인식에 대한 반발이 더 거셌다. "당 지도부가 사실상 특정후보를 편들고 있다는 게 고스란히 드러났다"(정 후보 캠프 관계자)는 것.
경선 파국을 막기 위해 어느 정도의 '양보'는 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지만 당 지도부는 정 후보측에 모든 책임을 지우는 듯한 인상을 줬다는 게 정 후보측 생각이다.
"당지도부가 심판인지 특정 후보를 돕는 X맨인지 밝혀라"(정 후보측 노웅래 대변인) 등 당 지도부의 공정성을 문제삼는 논평이 주를 이룬 것도 이 때문이다.
◇孫·李측 "진일보지만 미흡" = 반면 손 후보와 이 후보측은 당 지도부의 경선 일정 연기 결정을 일단 환영했다. "당 지도부가 진일보한 결정을 내렸다"는 것.
특히 '불법 선거 운동'을 연기 이유로 결정한 데 대해서도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미흡하다는 인식도 드러냈다. '전수 조사'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과 과거 불법 행위에 대한 진상 규명 의지가 확실히 드러나지 않은 데 대한 반감이 적잖았다.
이 후보측 관계자는 "당 지도부가 여전히 눈치를 보다가 기계적인 절충안을 마련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파국은 막겠지만… = '일단 멈춤'의 경선 상황이 곧바로 풀리지는 않을 전망이다. 정 후보측 반발이 거센 만큼 '새 출발'하기까지는 다소간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파국'으로 치달을 갈 가능성은 극히 낮다.
경선 파국은 신당 분열에다 공멸을 의미하기 때문. 당 지도부가 신뢰도 추락을 감수하면서까지 '안'을 내놓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각 후보 캠프에서도 "경선 불참은 아니다" "완주한다"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자연스레 '극적 타협'쪽에 무게가 실린다. 특히 1위를 달리고 있는 정 후보 입장에서 볼 때 선택의 폭이 넓지 않다. 대승적 차원에서 수용하면서 다시 주도권을 찾아 오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수 있다.
모두에게 필요한 '명분'과 '모양새'를 어떻게 만들지가 관건이다. 3명이 한 자리에 모이기 어려울 만큼 감정이 상했다는 것도 문제다. 갈 길이 먼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