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환영식에 예고없이 참석하고, 정상회담을 위해 예정보다 30분 일찍 찾아오는 것 정도는 '서곡'에 불과했다.
3일 노무현 대통령에게 방북 일정을 하루 연장할 것을 기습 제안하며 잠시나마 남측 정부의 일정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은 것은 김 위원장식 '돌출행동'의 전형을 보여준다.
김 위원장은 "내일(4일) 오찬은 편안하게 앉아 허리띠를 풀어놓고 식사하는 게 좋겠다"며 "일정을 하루 늦추는 것으로 하자"고 말했다. 그는 "오늘 회의를 내일로 하고, 모레 아침에 가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오후 4시25분 회담을 마치면서 자신의 제안을 도로 거둬 들였다. 그는 "충분히 대화를 나눴으니 (연장) 안 해도 되겠다"며 "남측에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을 테니 본래대로 하자"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자신의 제안을 철회할 때까지 1시간40분 동안 서울에서는 한차례 소동이 벌어져야만 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김 위원장의 제안 직후 윤승용 청와대 홍보수석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 마련된 '2007 남북정상회담 프레스센터'로 뛰어 들어와 긴급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소식을 전했다. 윤 수석은 "청와대는 김 위원장의 이 같은 제안을 '회담을 보다 충실히 하자'는 뜻으로 받아들인다"며 수용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은 결국 김 위원장이 스스로 뜻을 접으면서 한낱 해프닝으로 끝났다.
김 위원장은 이번 정상회담 일정 첫날인 2일에도 노 대통령의 영접 행사장을 당초 남북이 합의한 '3대헌장 기념탑'에서 '인민대학습당'으로 기습 변경했다. 자신이 영접 행사에 나올지 여부도 당일 오전에야 남측에 통보했다.
또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정상회담 시간도 확정하지 않고 있다가 남측이 전례에 따라 오전 10시쯤으로 예상하자 그보다 30분 이른 9시30분쯤 노 대통령을 직접 찾아왔다.
지난 2000년 김대중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때도 김 위원장은 아무 예고없이 순안공항에 나타난 뒤 사전 합의와 달리 김 대통령과 동승한 채 행사장을 빠져 나갔다.
김 위원장이 이처럼 예측불허의 일정을 즐기는 것에는 보안을 위해 동선의 사전 노출을 꺼리는 성향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