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위원장 "연장, 결심 못하십니까?"

평양=공동취재단 이상배 기자 2007.10.03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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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3일 오후 2시45분 속개된 정상회담 2차 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내일(4일) 오찬을 시간 품을 들여서 편안하게 앉아 허리띠를 풀어놓고 식사하는 게 좋겠다"며 평양 체류일정을 하루 연장할 것을 갑자기 제안했다. 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전격적인 제안에 대해 일단 즉답을 하지 않고 참모들과 상의를 해서 결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결국 오후 4시25분까지 계속된 회담 과정에서 두 정상은 논의를 통해 당초 일정대로 노 대통령이 2박3일의 평양 일정을 소화하고 4일 귀경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김 위원장의 제안은 없던 일로 됐다. 김 위원장은 회담 말미에 "충분히 대화를 나눴으니 (연장) 안 해도 되겠다. 남측에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을 테니 본래대로 합시다"라며 자신의 제안을 철회했다.



<남북정상 오후 회담 모두발언>
김 위원장 = 기상이 좋지 않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떠나기에 앞서 오찬이 있는데...1시간30분 가량으로 예정하고 있습니다. (오른편에 배석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에게 이 사실을 재차 물어보며 일정을 확인) 오늘 일정을 내일로 미루고, 내일 오찬을 시간 품을 들여서 편안하게 앉아서 허리띠를 풀어놓고 식사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하루 일정을 늦추는 것으로 하시지요. 오늘 회의를 내일로 하시고...모레 아침에 가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노 대통령 = 나보다 더 센 데가 두 군데가 있는데, 경호, 의전쪽과 상의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김 위원장 =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남측이 협의를 해야 한다는 뜻이라는 취지로 설명하자) 대통령이 결심 못 하십니까. 대통령이 결심하시면 되는데...
노 대통령 = 큰 것은 제가 결정하지만, 작은 일은 제가 결정하지 못합니다.

앞서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45분께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을 다시 찾은 김 위원장을 회담장 앞 입구 복도에서 맞아 가벼운 환담을 나누며 김 위원장과 나란히 환담장으로 입장했다. 노 대통령은 오전 회담 때에는 영빈관 현관에서 김 위원장을 영접했지만, 오후에는 회담장 앞에서 김 위원장이 복도를 따라 걸어오는 것을 기다렸다.
당초 남측은 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오전과 마찬가지로 현관 앞에서 영접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북측은 "장군님께서는 무례하게 대통령님을 여러 차례 멀리까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는 뜻을 밝혀 노 대통령의 정상회담 두번째 영접 위치는 회담장 앞 복도로 결정됐다.



<오후 영접 대화>
김 위원장 = (복도를 걸어들어와 악수를 나누면서) 좀 쉬셨습니까.
노 대통령 = 네.
김 위원장 = 점심도 맛있게 드셨습니까.
노 대통령 = 맛있게 먹었습니다.
김 위원장 = 옥류관에서 국수를 드셨다면서요.평양 국수와 서울 국수 어떤 게 맛있습니까.
노 대통령 = 평양국수 맛이 진한 것 같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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