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찌른(?) 외신기자 "회담 대가 뭐죠?"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07.10.03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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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핑서 '공짜점심 없다' 격언 들며 질문… 정부 "노 코멘트"

허 찌른(?) 외신기자 "회담 대가 뭐죠?"


3일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남북 정상회담이 진행 중인 가운데 최근 한동안 잠잠했던 '정상회담 대가설'이 또 다시 불거졌다.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 마련된 '2007 남북정상회담 프레스센터'에서 김정섭 청와대 부대변인이 주재한 정례브리핑에서였다.



한 외신기자의 질문이 발단이 됐다. 자신을 미국의 한 방송사 소속이라고 소개한 외국인 기자는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경제학 격언으로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이번 남북 정상회담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지불한 대가는 무엇이냐"고 물었다.



프레스센터에는 순간 웃음이 터져나왔다.

가장 '핵심적'이면서도 '엉뚱한' 질문이 나왔기 때문이다. '남북 정상회담의 대가'는 국내 기자들 사이에서 이미 '해봐야 소용없는 질문'으로 통한다. 이처럼 민감한 문제에 대해 정부가 공식적으로 '진실한' 답변을 내놓을리 만무하다는 점에서다.

게다가 이번 정상회담의 경우 적어도 사전에 금전적 대가가 오갔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게 국내 언론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국민의 정부'가 자금을 대가로 남북 정상회담을 가졌다가 곤욕을 치르는 모습을 눈앞에서 지켜본 참여정부라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김 부대변인의 답변은 국내 기자들의 예상대로 '노 코멘트'였다. 김 부대변인은 "답변하기에 적절치 않은 질문"이라고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물론 기자들도 가끔 답변이 나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공식석상에서 고위 당국자에게 질문을 던질 때가 있다. 답변하는 사람의 표정과 눈빛, 뉘앙스를 통해 당국의 분위기를 읽기 위함이다. 그러나 김 부대변인은 표정 등에 의미를 부여할 정도의 고위 당국자의 경우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결국 이날 "정상회담의 대가는 무엇이냐"는 외신기자의 질문은 국내 사정에 밝지 않은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기자는 독자들이 가장 궁금해 할 사안을 묻고, 정부는 성심성의껏 답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이 미국 기자의 눈에는 이날 김 부대변인과 국내 기자들의 반응이 오히려 이상하게 보였을지 모를 일이다.

"대가는 없었다"고 속 시원하게 답하는 대신 '노 코멘트'를 택한 김 부대변인과 이에 익숙해진 국내 기자들, "정상회담의 대가는 무엇이냐"고 묻는 순수한 외신기자 사이에 묘한 부조화가 연출되는 프레스센터다.



허 찌른(?) 외신기자 "회담 대가 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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