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타고 걷고',평양 4시간도 안걸려

평양=공동취재단,송기용 기자 2007.10.02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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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오경 4·25 문화회관 도착…김정일 위원장 '깜짝' 영접 나와

육로 vs 항로. 2000년 1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비행기로 이동했던 대표단은 7년만에 이뤄진 2차 회담에서는 승용차로 평양에 도착했다. 2일 오전 8시 전용차량 편으로 청와대를 출발한 노무현 대통령과 부인 권양숙 여사는 9시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통과한 후 평양∼개성 고속도로를 달려 오전 11시30분쯤 평양에 도착했다. 청와대에서 평양까지 채 4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평양 인민문화궁전앞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영접을 받은 노 대통령은 김 상임위원장과 오픈 카에 탑승, 연도에 나온 수십만명의 평양 시민들의 환영을 받으며 20분동안 카 퍼레이드를 벌였다. 카퍼레이드는 평양시 중구역 인민문화궁전 앞에서 대성구역 4·25 문화회관까지 왕복 6차선 도로에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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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도에는 평양 시민 수십만명이 진달래 형상의 분홍색과 자주색,붉은색 꽃다발을 흔들며 반가운 표정으로 “만세”, “조국통일”, “환영”이라는 함성과 함께 대통령 일행을 맞았다. 일부 여성들은 “만세”를 외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대학생 수백명으로 이뤄진 소고(작은북)단을 비롯,중학생 취주악단,여성 청년 취주악단,초등학생 취주악단 등이 곳곳에서 연주를 하며 환영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북측 관계자는 “시민들이 진심으로 노 대통령 일행을 환영하고 있다.”면서 “평양 시내에서 남북이 카퍼레이드를 벌인 건 ‘역사적 사변’”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말 좋은 일이며,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외국 정상이 평양 시내에서 환영식 행사를 갖고 카퍼레이드를 벌이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라며 “육로 방북이 이뤄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카퍼레이드 행렬은 보통문을 지나 오전 11시50분쯤 종로네거리에서 좌회전 한뒤 만수대의사당과 아동백화점,김일성 주석의 동상이 있는 만수동산,모란봉 공원,천리마 동상,지하철 개선역을 거쳐 개선문을 통과했다. 이어 한국전 당시 중국군의 참전을 기념하는 우의탑과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라고 적힌 영생탑 앞길을 지나 낮 12시쯤 4·25문화회관 앞에 도착했다.
'차타고 걷고',평양 4시간도 안걸려
노 대통령은 직접 영접을 나온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악수를 나눈 뒤 붉은 색 카핏을 함께 걸으며 북한 육.해.공군으로 구성된 명예위병대를 사열하고,김영일 내각 총리를 비롯, 북한 당.정.군의 고위층 인사들과도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두 정상은 4.25 문화회관앞 중앙단상에 나란히 올라 북한 인민군의 분열을 받았다.



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식장에 도열해 있던 남측 공식수행원을 소개했고, 양 정상은 식장을 퇴장하면서 환호하는 군중들에게 손을 들어 답례했다. 이날 환영식은 낮 12시부터 12분 가량 진행됐고, 양 정상은 환영식이 끝난 뒤 각각 자신의 차를 타고 식장을 떠났다.

노 대통령은 공식 환영식을 마친 뒤 전용차를 타고 12시21분쯤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에 도착해 신선로,쏘가리 간장즙(간장조림),냉채, 송편 등 한식으로 오찬을 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오후 4시 만수대 의사당에서 김영남 상임위원장과 면담을 가졌다. 김 위원장은 회담장 자리에 앉은 뒤 노 대통령에게 “점심 드셨습니까. 이번에 육백리 먼길을 넘어오셨습니다”라고 인사말을 건넸고, 노 대통령은 이어 “우리 일행을 따뜻이 성대하게 환대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노 대통령은 “위원장님 말씀을 듣고 보니 먼길인데, 감회가 새롭다”면서 “느낌은 가까운 것 같다. 이번 방북을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저녁 7시부터 김영남 상임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목란관에서 열리는 공식 환영만찬에 참석할 예정이다.

한편 권양숙 여사는 이날 오후 백화원 영빈관에서 박순희 조선민주여성동맹 중앙위원회 위원장 등 북측 여성 지도자 11명을 만나 간담회를 가졌다. 김원기 전 국회의장과 정몽구 현대차 회장 등 정계,재계 인사 등 40명의 특별수행원들도 이날 김책공대 전자도서관을 참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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