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삼성에 바란다

머니투데이 최명용 기자 2007.10.02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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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최악의 한해를 지내고 있다. 이건희 회장이 취임한 지 20년째라는데 일은 꼬이기만 한다.

이건희 회장이 그토록 염원했던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는 실패했고, 에버랜드전환사채 저가 발행 공판은 삼성의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반도체발 실적 악화로 힘이 빠진 데다가 정전사고로 반도체라인이 멈춰서는 아픔도 겪었다. 이건희 회장은 반도체총괄 경영진에 대해 강도 높은 질타까지 했다.

공교롭게 악재가 몰린 것일 수 있다. 실적 악화의 원인을 찾다 보니 안 좋은 뉴스가 연이어 터진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원인은 삼성의 '자만'이 아니었을까.



삼성은 그동안 변화를 등한시했다. 십수년째 같은 아이템으로 먹고 살았다. 반도체가 워낙 잘 나갔으니 변화의 필요성이 없었다. 몇년째 재탕인 신성장동력만 되풀이하고 있다.

경쟁사들은 M&A에 적극적이다. 군살을 떼어 내고 새피를 수혈받고 있다. GE 같은 곳은 주력 사업의 성격이 아예 바뀌었다. 전자 기업에서 헬스케어 기업으로, 금융기업으로 변신했다. 기존 주력 사업을 버리고 새로운 사업을 과감히 선택했다. 그 결과는 신시장 창출과 대규모 순익이었다.



이건희 회장은 올해 창조경영이란 화두를 던졌다. 자유분방한 시각으로 시대를 선도하는 천재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이미 삼성엔 관료주의가 뿌리깊이 내려져 있다. 천재와 창조적 아이디어가 나오기 힘든 환경이다. 자유로운 사고보다는 조직과 매뉴얼대로 움직이는 삼성맨이 너무 많다.

14년전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며 신경영을 선포했으나 21세기 들어 가장 바뀌지 않는 곳이 바로 삼성이다.

삼성에 다시 혁신적인 변화가 일어나길 기대해 본다. 세계 1등을 위해, 불량품을 하나라도 더 줄이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던 그 시절을 되돌아 보길 바란다. 1등기업 삼성이 업그레이드되면 우리나라 경제도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 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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