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카나리아는 죽었지만...

머니투데이 김동하 기자 2007.09.27 17:56
글자크기

다시 고개드는 낙관론...일단 즐기는 것도 방법

다시 낙관론이 국내증시를 뒤덮고 있다.

이달 초만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분위기다. 국내외 금융기관 모두 큰 틀에서는 비슷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국은 어렵겠지요. 하지만 우리에겐 중국·인도라는 어마어마한 엔진이 있지 않습니까?"



시장 비관론자들의 목소리는 다시 공론장의 뒤켠으로 밀려나고 있다.

지난주 홍콩에서 만난 모간스탠리의 스테판 로치 아시아 태평양 대표의 외로운 외침 역시 힘없이 잦아드는 모습이다.



[내일의전략]카나리아는 죽었지만...


"카나리아는 이미 죽었습니다..."

19세기 석탄광산에서 유독가스 탐지용으로 쓰이던 카나리아. 이 새는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지고 있지만, 성대가 민감해 눈에 보이지 않는 독가스가 발견되면 목소리를 잃고 죽는다.

로치는 미국 주택시장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자들을 석탄광산의 카나리아에 비유했다. 서브프라임 부실과 도산은 이미 주택시장 전체에 유독가스(위기)가 꽉 찼음을 말해주는 신호라는 것.


1999년 닷컴 버블 당시 전체 미국증시 시가총액 중 닷컴 관련 기업의 비중은 6%에 불과했지만, 2007년 서브프라임은 전체 모기지 시장의 14.3%를 차지하고 있다며 닷컴버블 붕괴보다 심각한 지경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중국을 등에 업은 홍콩 땅에서의 카나리아는 서브프라임보다는 로치의 목소리에 가깝게 보였다. 로치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지만, 요동은 커녕 껄껄 웃어넘기는 모습이었다.



"서브프라임이요? 위기가 한참이었을 때 중국 주가를 보십시오. 지금도 중국에서의 기회를 노리는 많은 기업과 투자자들이 중국으로 오고 있습니다"

IMF당시 디스트레스드(부실채권)전략으로 이름을 떨친 헤지펀드 CITADEL. 많은 투자자들이 도망갈 때 부실채권을 대거 매수해 대박을 냈던 이 회사도 다시 움직였다. 서브프라임 위기로 생긴 부실채권을 사들이면서 시장의 '구원투수'를 자임하고 나선 것. 이 회사 역시 앞으로 시장의 회복에 베팅하고 있다.

팀 쓰로스비 CITADEL아시아 회장은 지난주 홍콩 '아시아 금융포럼'에 직접 참석, 아시아에 투자하는 헤지펀드의 미래에 대해 낙관적인 견해를 쏟아내기도 했다.



국내시장 전문가의 말도 한번 들어보자. 다들 머뭇머뭇하는 시점에 '추석 전 주식을 사라'고 말했던 우리투자증권(강현철 연구원).

이 곳은 펀더멘털 및 심리적 여건을 종합해 본 결과, 코스피는 기술적 반등이 아닌 본격적인 상승추세로 재진입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경제성장 및 기업이익 모멘텀이 미국 서프프라임 부실 이슈로 훼손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로치 대표가 역설했던 미국 경제의 침체와 시장의 위기는 찾아올 것이다. 다만 그 시기가 문제며, 서둘러 도망치는 것 또한 무모한 일이다.



추석이 지난 후 시장의 관점은 급격히 낙관론으로 돌아섰다. 그러나 아직까지 모두가 낙관론으로 돌아서지는 않았다.

강 연구원은 추석 전 "남들이 안된다 안된다 할 때 2000을 뚫었으니, 이번에도 그렇게 될 수 있겠죠"라며 전고점 돌파를 자신한 바 있다.

그의 말처럼 시장의 예측과 반대로, 모두가 오른다고 할때까지는 주식에 올라타 있는 것도 괜찮은 전략이 아닐까 싶다.



카나리아, 즉 미국의 중산층 이하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자들과 로치 대표에게는 조금 미안한 일이지만 말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