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2일로 예정된 제2차 남북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노무현 대통령을 따라가는 주요그룹 총수와 최고경영자(CEO)들의 마음이 영 개운치 않다. '비즈니스형 정상회담'의 특별 수행원인 만큼 뭔가 준비를 하고 내놓을 것이 있어야 하는데 이것저것 고민해 봐도 대부분 여의치 않다는 것이 이들의 한결같은 고민이다.
이번 정상회담을 전후한 대기업의 대북사업 추진과 관련해서는 우선 "국가와 한반도 민족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이건희 삼성회장의 언급이 눈에 띈다. 이는 사업적인 이해득실을 따지지 말고 경협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미로, '사업성'을 최우선으로 한 민간기업의 투자원칙과는 배치된다.
하지만 대북사업을 단순히 민족적 문제로 접근해 추진하는 것이 말 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주요 재벌기업이 리스크가 크고 돈도 안되는 곳에 투자할 경우 이를 곱게 볼 주주나 투자가들이 있겠느냐"고 반문하며, "아마 그 자체가 해당기업의 디스카운트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철저하게 사업성을 따져 살펴보자니 마땅히 풀어 놓을 '사업 보따리'도 없다. 재계에서는 벌써부터 현대·기아차그룹의 남북철도연결과 관련한 전동차 제작이나 북한 철광석 개발 및 물류사업, SK (207,000원 ▼12,000 -5.5%)그룹의 에너지·통신 관련 사업, 삼성과 LG (84,700원 ▲100 +0.12%)의 전기·가전사업 등이 검토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대부분 중장기적인 성격을 띠고 있는데다 리스크도 너무 크다는 것이 부담이다.
이 시각 인기 뉴스
4대그룹에 속한 한 대기업 관계자는 "북한은 남북 경협과 관련한 사업이 '당국'이라는 하나의 창구를 통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며 "어차피 우리도 정부차원 또는 경제단체 차원의 사업에 참여하는 방안이 그나마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같은 맥락에서 "북한이 남한 정부와의 정상회담을 통해 개별 그룹차원에서 벌일 사업이나 지원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이 경우 참여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에 빠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기업들 입장에선 정치적 요인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설사 대북사업을 펼치더라도 사실상 다음 정부에서나 가능하거나, 계획이 변경될 수도 있는 중장기 프로젝트가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참여정부 막바지에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정상회담이 기본적으로 갑작스럽게 이뤄져 미리 준비한 프로젝트가 없는데다, 설사 준비중인 사업이 있어도 정상회담에 앞서 이를 미리 공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어떤 식으로 사업이 추진되더라도 '사업성을 따져 자발적으로 하는' 형태가 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