孫의 승부수? 孫의 보이콧?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2007.09.21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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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후보가 '승부수'를 던졌다. 핵심은 선거대책본부 해체. 국회의원들도 돌려보내겠다고 했다. 캠프 없이 선거를 치루겠다는 파격 선언이다.

예상을 뛰어넘는 카드여서 캠프 내부에서도 당혹감이 감지된다. '조직 동원 선거'의 대립점에 자신을 세우겠다는 포석이다. '손학규=새정치' 이미지를 강조하는 한편으로 '타 후보=구태 정치'로 규정짓겠다는 것.



이면에는 정면 승부로는 승산이 없다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초반 4연전에 이어 추석 이후 '빅 매치'인 광주 전남 경선도 쉽지 않은 상황. 손 후보측은 당초 광주 경선에서 조직력을 총동원, 승부를 걸어보려 했지만 역부족을 실감했다는 후문이다.

손 후보가 칩거에 돌입한 시점도 광주 방문 직후여서 이를 뒷받침한다. 게다가 이미 조직된 선거인단의 틀을 바꿀 여지도 없다. "사실상 결과가 정해진 것과 다름없는 것"(신당 관계자)이라는 말도 나돈다.



결국 조직 싸움에 한계를 느낀 손 후보가 정면 승부 대신 '변칙 전술'을 들고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변칙 전술의 모태는 '민심대장정'. 의원이나 지역조직에 기대지 않고 혼자 뛰어 싸늘해진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것.

이를 신당 경선 막바지에 치러질 '여론조사'와 '모바일 투표'로 연결시키겠다는 게 전략이다. '중진 의원들의 후원'과 '동정 여론'도 기대는 바가 적잖다. 손 후보 입장에서는 정동영 후보쪽으로 쏠리는 분위기를 차단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한번 꺾인 '대세론'을 되살리는 것은 낙타가 바늘 구멍 통과하기보다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기존 조직 자체도 흔들리고 있다. 지역 기층 조직의 경우 이미 어느 후보 캠프로 넘어갔다는 식의 소문이 많다. 손 후보의 '일탈' 자체에 대한 거부감도 크다.

'동정론'보다 '역풍'이 더 거센 듯한 분위기도 부정적 요인이다. 캠프 소속 한 의원조차 "후보의 고민은 이해하지만 혼자 생각하고 결정하면 우리는 뭐가 되냐"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손 후보가 자신의 정치 생명을 유지하는 가운데 사실상의 경선 '보이콧'을 한 것이라고 관측했다. "경선 관리 능력이 없는 당 지도부가 하는 토론회에 참석할 수 없다"고 한 것 자체가 이미 마련된 경선 프로세스를 따르지 않겠다는 의미라는 것.

여권 관계자는 "경선을 포기할 경우 정치적 사망 선고를 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범여권 전체에서 역적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는 만큼 완주는 하되 자기 방식대로 하는 사실상의 보이콧 행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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