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전]'버냉키 쇼' 끝난 뒤에는?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07.09.19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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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간 '환호'…중장기적 펀더멘털 살펴야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쇼'를 보여줬다. 연방기금 금리를 50bp나 인하했고 재할인금리도 50bp 내렸다. 25bp 인상 정도의 시장 기대 이상이었다. 게다가 결정은 만장일치였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완화됐다는 인식이 공통 분모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선제적 조치'라는 강조도 잊지 않았다. 경기 악화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한 것이다.

미국 시장은 버냉키의 과감한 결정에 시장은 '환호'했다. 다우지수는 순식간에 300포인트 이상 급등하면서 2002년10월15일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나스닥과 S&P500도 각각 2.71%, 2.92%나 급등, 마감했다.



버냉키 의장이 기존의 '매파'적 사고에서 벗어난 것은 긍정적이다. 사실 이번 금리결정 이전에 금리전망은 보면 '동결', '25bp인하', '50bp인하' 등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했다. 그만큼 시장에서는 기대는 했지만 버냉키의 이전 행적을 봤을 때 마냥 기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버냉키의 결정은 투자심리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장화탁 동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버냉키가 그리스펀식 사고로 전환했다"고 선언했다. 그린스펀은 말 그래도 선제적으로 움직였지만 버냉키는 보다 조심스런 행보를 취했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버냉키로 그린스펀처럼 빨리 움직일 수 있다는 정보를 줬다는 설명이다. 그린스펀 시대에 중요한 물가관련 데이터는 주택임차관련비용이고 고용지표 관련해서는 총고용자수 증가율이었다.



김성봉 삼성증권 연구원은 "버냉키가 '헬리콥터 벤'이라 불리기도 했지만 행동이 더딘 것은 사실이나 이번 결정을 통해 시장을 바라보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음을 보여줬다"며 "향후에도 시장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음을 확인시켜줬다"고 평가했다. 헬리콥터 벤은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리면 디플레이션으로 막을 수 있다는 강의에서 나온 버냉키 의장의 별명이다.

버냉키 의장이 '선제적 조치'라고 강조했지만 기대를 넘어선 50bp인하는 경기가 악화되고 있다는 증거로 해석될 수도 있다. 시장은 단기간 환호하겠지만 부정적인 장세가 연출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장 이코노미스트는 "예상과 다른 과감한 금리인하 정책으로 모든 자산시장은 단기적으로 승리를 즐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단기적으로 FRB의 굴복을 즐기더라도 중장기적인 관심의 초점은 실물경기로 옮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9월이후에도 신규고용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면 금리인하 기대감보다 경기침체 가능성이 부각될 것이고 가파른 유가상승은 경기에 부메랑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단기적인 판도 변화가 있을 수 있겠지만 환호가 끝나면 펀더멘털을 보기 시작할 것"이라며 "길게 보면 환호하거나 서두를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다.

물론 과잉해석은 금물이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꿈보다 해몽이 좋아야 한다"며 "결과를 가지고 적극적인 문제해결에 무게를 두면 장세에 긍정적이지만 상황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각인된다면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태풍 위파의 북상으로 전국에 비소식이다. 하지만 온다는 비는 아직 무소식이다. 오히려 태풍 전 고요 혹은 화창함이 돋보인다. 이러다 꼭 태풍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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