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펀 충격어법 계속, '바람몰이'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2007.09.17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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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 고려 금리인하 신중, 주택 하락은 예상보다 심할 듯"

회고록 시판을 앞둔 바람몰이인가 아니면 자신의 판단에 충실한 거장(마에스트로)의 면모인가.

그린스펀 충격어법 계속, '바람몰이'


17일 자신의 회고록 격동의 시대(The Age of Turbulance)를 시판하는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이 연일 여러 언론에 나와 메가톤급 악재를 던지고 있다. 의장 재임 시절 '페드 스피크'(연준의 모호한 어법, Fed Speak)로 일관하느라 쌓인 스트레스를 한꺼번에 다 푸는 양상이다. 계속되는 '충격어법'으로 그는 속이 후련하겠지만 전세계 금융시장 참여자들은 번번히 스트레스를 앓고 있다. 일방적이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 증시가 요동치기 때문이다.

이날 터뜨린 악재는 주택 버블과 금리인하에 대한 것이었다. 특별히 새로운 얘기는 아니었지만 강도가 달랐다. '주택 가격 하락이 두 자리에 달할 수 있다' '금리인하에 신중해야한다, 인플레이션 위험이 자신의 재임시절보다 높다'는 등 하나같이 강한 톤이다.



그린스펀은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와 회고록 출간에 맞춰 가진 인터뷰에서 "연준은 금리를 너무 공격적으로 인하하지 않도록 주의해야만 한다"고 조언했다. 연준는 18일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인하 여부를 결정한다. 시장에서는 이번 회의에서 0.25%포인트 인하하고 연내 추가적인 금리인하를 시사해주길 바라고 있다. 그런데 회의 하루전 전임 연준 의장이 금리인하에 신중하라는 충고를 직접 한 것이다. 시장참여자들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은 꼴이다.

그린스펀은 그 이유로 "자신이 재임하던 기간보다 현재의 인플레이션 상승 위험이 더 크기 때문"이라고 들었다.



그린스펀은 또 주택 가격에 버블이 있으며 이에 따라 현 수준보다 심각하게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주택 버블과 이에따른 가격 하락은 '어린 아이들' 조차 예상하는 구문이지만 그린스펀은 '대부분 사람들의 예상보다 더 하락할 수 있다. 자칫 두 자릿수의 하락도 가능하다'는 양념을 더 얹었다. 관심을 더 끌려는 듯한 의도가 강하게 엿보인다는 인상을 받을 정도였다.

그는 "집값은 적어도 10%에 가까운 한자릿수의 하락을 보일 것이며 두 자리 하락률에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집값은 고점에서 2~3% 하락했다고 파악한 그는 "궁극적으로 얼마나 더 떨어질 지 모른다"며 불확실성을 더하기도 했다.

앞서 이달 7일에는 현재의 금융시장 혼란(신용경색)이 1987년의 주가 대폭락(블랙먼데이), 1998년의 대규모 헤지펀드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파산 등과 여러 측면에서 닮아 있다고 밝히며 시장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그는 그러나 여러 인터뷰를 통해 미국의 주택 버블이 자신의 잘못에서 비롯되지않았다며 자신을 옹호하는 것을 빠뜨리지 않았다. 기준 금리를 1%대까지 떨어뜨려 과잉유동성을 창출했고 이에따라 주택 버블이 형성됐다는 전문가들의 비판을 수용하지 않았다.

그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도 자신의 재임 시절 일어난 공격적 금리인하가 현재의 서브프라임 위기의 배경이라는 지적을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경제가 잘 돌아가기 위해선 금융 시스템의 경색을 풀어야 했고, 이를 위해 저금리를 유지할 수 밖에 없었다. 그때는 인플레이션 위험이 적었다"고 해명했다. 그린스펀은 경기침체 시기 자신의 최선의 임무는 디플레이션 방어였다는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그린스펀은 다만 최근 CBS방송에 출연해 "서브프라임과 같은 대출관행이 아주 많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얼마나 중대한 문제가 될지 몰랐다"며 이번 신용경색 사태를 예견하지 못했음을 시인했다.

그린스펀은 한편 자신의 회고록에서 2030년 미국의 기준금리가 10%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아 파문을 던졌다. 장기전망이기는 하지만 자신이 재임시절 장기간 금리 인하정책을 취한 것과 상반되는 예측이다. 인플레이션을 2%대로 통제하기 위해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논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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