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금리 0.5%p 인하전망 급격히 낮아져

머니투데이 김유림 기자 2007.09.16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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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18일 금리 결정에 전세계 금융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리인하는 거의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 가운데 관심은 인하폭이다. 그러나 막상 18일에 가까워질수록 0.5%포인트 인하 전망은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고 있다.

막상 0.5%포인트를 낮춘다면 오히려 시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18일 FOMC에서 0.25%포인트를 내린 후 추가 인하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이 최적의 시나리오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 0.5%포인트 인하, 악수될 수 있어

현재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는 기정 사실이다. 지난달 17일 재할인율을 0.5%포인트 낮춘 후 버냉키 의장 뿐 아니라 FRB 관계자들이 금융시장 불안에 대한 언급을 자주 했기 때문에 인하 가능성은 매우 높다. 14일 시카고선물거래소(CBT) 연방기금 금리 선물 거래 동향을 분석하면 금리 인하 가능성은 100%로 반영됐다.



문제는 인하폭인데 0.5%포인트 인하 가능성은 시간이 지나면서 낮아졌다. 지난 12일에는 0.5%포인트 인하 가능성이 74%로 반영된 반면 14일에는 58%로 급격히 낮아졌다.

만약 18일 FOMC에서 금리를 0.25%만 내릴 경우 시장은 어떻게 반응할까. FRB 전문가들은 이날 발표되는 FOMC 성명문에 담길 내용에 달렸다고 지적하고 있다.

오크워스캐피털뱅크의 존 노리스 이사는 "시장은 0.25%포인트 인하에 매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낼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뒤집어 생각해보면 0.25%포인트 인하가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FRB가 소폭 인하한 후 성명문에 앞으로 추이를 지켜보면서 추가로 조정할 수 있다는 의사를 드러내면 금세 긍정적인 반응으로 변화할 것"이라면서 "만약 한 번에 0.5%포인트를 인하하면 당장은 좋을 수 있어도 이게 마지막 아니냐는 회의론이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애스터애셋매니지먼트의 스콧 마틴 이사는 "FRB가 0.5%포인트 인하를 감행하면 경제의 기초체력에 대해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면서 "이 경우에도 FRB가 서브프라임으로 인한 시장 혼란을 앞으로 계속 주시할 것이며 연내 추가 인하 가능성을 언급해야 가장 최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FTN파이낸셜의 빈센트 바버스키 전략가도 같은 이유로 0.5%포인트 인하가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0.5%포인트 인하는 경제가 투자자들의 생각 보다 훨씬 약하다는 인상을 줘 예상치 못한 후폭풍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할 수 있다"고 밝혔다.

◇ 유동성버블이 부른 위기, 또 유동성으로 진화? '아이러니'

미국 경제 여건이 금리를 대폭 내릴 만큼 나쁘지 않다는 점도 0.5%포인트 인하 전망을 어둡게 한다. 8월 미국 고용지표가 예상 보다 악화된 것을 제외하고 미국 경제가 나빠졌다는 증거는 뚜렷하지 않다. 8월 ISM 제조업·비제조업 지수도 경기가 확장국면에 있음을 증명했다.



유가 강세도 금리를 공격적으로 내릴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이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지난주 배럴당 80달러를 돌파하는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버냉키 의장은 취임 이후 줄곧 물가 압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FRB의 가장 중요한 목표임을 강조해 왔다.

오크워스캐피털의 노리스 이사는 "지금 상황은 여러가지 증거들이 혼재된 상황인데 그렇다면 버냉키 의장이 어떤 사람이냐가 중요하다"면서 "버냉키는 금리를 포함한 거시 경제 정책이 월가에 의해 좌우되기를 원하는 사람이 아니며 그런 인상을 주는 것 조차 꺼리는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리버소스인베스트먼트의 데이비드 조이 수석 전략가는 버냉키 의장이 자신의 고집을 꺾고 금리를 대폭 인하할 만큼 경제 상황이 나쁘지 않다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0.5%포인트를 내려야 할 만큼 경기가 나쁜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여기에다 때맞춰 그린스펀이 자서전 발간에 맞춰 CBS와의 인터뷰를 통해 "서브프라임 문제를 예상치 못했다"면서 자신의 실책을 인정하는 발언을 한 점도 버냉키 의장에게는 자신감을 주는 요인이다.

그린스펀은 후임인 버냉키 의장이 매우 잘 하고 있다고 추켜세우면서 아울러 오는 2030년까지 금리를 10%대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애스터애셋매니지먼트의 마틴 이사는 "서브프라임 위기는 낮은 금리에 따른 과잉 유동성이 초래한 불운인데 이를 또 금리를 낮춰서 해결하겠다는 생각은 일종의 코미디"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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