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실 공사는 되고, 증자는 안되고?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07.09.11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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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예비비' 사용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당초 계획을 뒤집고 교보생명 증자에 참여하지 않기로 한 가운데 예비비 지출 요건의 형평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예비비란 예측할 수 없는 예산 외의 지출을 충당하기 위해 정부가 예산총액의 1% 한도 내에서 쓸 수 있는 돈을 말한다.



최규연 재정경제부 대변인은 11일 브리핑에서 "관계기관과 함께 현행 재정운영 체계, 관계법령, 재원조달 문제 등을 검토한 결과 교보생명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당초 재경부는 향후 자본이득이 예상되는 교보생명에 대한 증자 참여를 적극 추진했었다. 그러나 재정당국인 기획예산처가 예산 집행 규정 미비 등의 이유로 난색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정부가 교보생명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면 신주 약 13만주를 배정받기 위해 240억원의 예산 외 자금을 추가로 투입해야 했었다.

최 대변인은 "정부가 자금을 운용하려면 세출 예산으로 편성돼 있거나, 예비비 사용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현행법상 그 부분이 미흡하기 때문"이라고 불참 이유를 밝혔다.

증자 참여 등 예산 추가 집행의 근거법령인 국가재정법 등에 대한 유권해석 결과, 새로운 예산안 편성 또는 규정 마련없이는 증자 참여가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그는 설명했다.


현행법상 증자 참여 등은 예비비 지출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게 정부의 최종 판단인 셈이다.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예비비는 사용목적을 미리 지정해 놓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예측할 수 없는 예산의 지출을 충당하기 위한 경우'에만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 6월5일 노무현 대통령 주재 아래 국무회의를 열고 기자실 통폐합에 드는 비용 55억원에 대해 예비비 지출을 의결한 바 있다.

정부 스스로 추진하는 사항에 대해 '예측할 수 없는 경우'라고 유권해석을 내리고, 예비비 지출을 단행한 셈이다.

반면 민간기업인 교보생명의 증자처럼 정부가 예상할 수 없었던 사안에 대해서는 '예측할 수 없는 경우'라는 예비비 지출 조건을 만족하지 못한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최 대변인은 "(관계기관과의 협의과정에서) 정부가 개별 기업의 증자에 참여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자실 통폐합처럼 논란이 많은 사안에는 투입되고, 증자 참여처럼 투자 성격이 짙은 곳에는 오히려 투입할 수 없는 예비비 지출 기준의 형평성 문제에 대해 정부의 충분한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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