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애플 다시 한판 붙자"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2007.09.04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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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시장 격돌 예고..아이팟에 진 빚 갚나

소니가 애플과의 또 한번의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가 4일 보도했다.

소니는 최근 플레이스테이션3(이하 PS3), 플레이스테이션포터블(이하 PSP) 등을 앞세워 인터넷 동영상 다운로드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하워드 스트링거 최고경영자(CEO)가 위기의 소니를 맡아 혹독한 구조조정을 시작한 지 2년만의 일이다.



소니는 소비자들이 PS3나 PSP 등 게임기로 동영상을 다운로드받은 후 자사의 브라비아 고화질(HD) TV 수상기를 통해 이를 시청하는 모습을 상상하고 있다.

과거 애플이 아이튠에서 다운로드 받은 음악을 아이팟으로 듣게끔 만들며 음악 다운로드 시장을 석권한 방식과 닮은 꼴이다.



물론 소니측은 이 같은 전략에 대한 언급을 회피하고 있지만 이미 업계에서는 소니가 과거 아이팟에 당했던 참패를 똑같은 방식으로 갚아주려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소니 "애플 다시 한판 붙자"


인터넷 다운로드 속도가 향상될수록 동영상 다운로드 시장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아직 시장지배적 위치를 점한 기업은 등장하지 않았지만 수많은 거대기업들이 이 시장의 잠재성을 확신하고 선두에 나설 기회만을 노리고 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이미 동영상 시장의 규모가 음악 다운로드 시장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이자 컨설팅 회사인 파크어소시에이츠는 2010년 미국 인터넷 동영상 시장 규모가 7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아이팟으로 음악 다운로드 시장을 장악하다시피 한 애플은 동영상 시청 기능이 추가된 신형 아이팟이나 아이폰으로 시장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물론 아이팟 초기와 마찬가지로 뮤직비디오나 영화 등의 동영상은 아이튠을 통해 제공된다.

이들뿐 아니라 가전회사는 물론 방송사와 컨텐츠 제작업체 등 동영상 관련기업들도 이 시장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경쟁은 치열하지만 아직 이렇다 할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은 없다.



파크어소시에츠의 커트 셰르프는 아직 시장 우위를 점한 기업이 등장하지 않은 만큼 누가 소비자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느냐가 사업 성패의 열쇠라고 강조했다.

소니에게는 이 시장이 보다 절실하다. '워크맨'의 옛 영광에 젖어 있던 소니는 아이팟이 출시될 당시 제대로 된 음악 다운로드 기기를 시장에 내놓지 못했다. 결과는 당연히 소니의 참패.

이후 소니는 시련의 세월을 보내야만 했다. 스트링거 CEO를 진두지휘 아래 철저한 구조조정과 쇄신의 길을 거쳤다.



이런 소니가 재기를 노리며 야심차게 출시한 제품이 플레이스테이션 시리즈. 하지만 최근 재도약의 발판을 만들어준 플레이스테이션의 기세가 신통치 않다.

특히 갖은 최신기술을 적용, 게임기의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이라 자신했던 PS3는 판매 부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소니의 동영상 다운로드 시장 점령은 PS3의 판매 촉진이라는 또다른 성과도 가져올 수 있다.



소니는 이미 지난주 미국 시장에 영화, 뮤직비디오 등을 볼 수 있는 기능이 첨가된 신형 워크맨을 출시했다.

앞서 미국에 수출하는 TV 모델에 인터넷 콘텐츠를 다운로드할 수 있는 모듈을 추가시키기도 했다.

또 지난달 유럽 시장에 TV 프로그램을 녹화할 수 있는 기능이 첨가된 PS3 새 모델을 내놓았다. PS3에 녹화된 동영상은 PSP로 옮겨 시청할 수도 있다.



소니가 공격적인 전략을 통해 앞서 나가곤 있지만 상대의 면면들이 전혀 만만치 않다.

동영상 다운로드 시장의 최대 적은 애플이고 게임기 시장의 맞수는 엑스박스(Xbox)360의 마이크로소프트이다. 대형 방송사와 영화사, 모바일업체들도 동영상 시장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지금이 소니에겐 적극적인 시장 공략에 나설 최적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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