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추석前 vs 추석後 "절대 양보못해"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07.09.0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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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의 정치학-1]추석상에 '이명박 검증' 올리자

옹기종기 모여 앉은 가족·친지들. 오랜만에 만나 그간 못했던 얘기들을 도란도란 주고받는다. 한편에선 상다리가 휠 정도의 거한 술상이 차려진다. 몇 순배가 돌아 술기운이 거나해지면 슬슬 얘기 보따리가 풀린다.

"노무현이 말이야…" "이명박이 말이야…" "손학규가 말이야…". 정치판의 잡다한 얘기들을 술 안주 삼아 '논평'들이 쏟아져 나온다. 너도나도 프로 뺨치는 정치 논평가가 돼 '입담'을 뽐내는 우리네 명절의 풍경이다.



올 추석은 어떨까. 화제는 단연 올 12월에 있을 대통령 선거다. 이보다 좋은 안주거리가 없다. 소시민들의 '정치평론'이 돌고 돌아 간단치 않은 '여론'의 흐름을 만들어 낸다. 이른바 '추석의 정치학'이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게 정치인들 자신이다. 분주히 표밭갈이에 나서는가 하면 추석 민심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대통합민주신당의 한 재선의원은 "과거 추석을 전후로 민심이 변한 경우가 적잖았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현 추세 그대로 갔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소망이 다른 만큼 이들이 차리고픈 '추석 안주상'도 확연히 다르다. 9월 정기국회의 국정감사 시기를 두고 '줄다리기'가 오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통합민주신당은 추석(23~26일) 이전에 국감을 끝내자는 입장이다. 한나라당은 반대로 국감 일정을 추석 뒤로 미뤄야 한다고 주장한다.

표면적인 이유는 모두 그럴 듯 하다. 민주신당은 대선 일정으로 축소 운영되는 국회 일정을 이유로 든다. 10월 초면 남북정상회담, 경선 일정 등이 이어지므로 국감은 추석 전인 10~12일까지 조속히 마무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나라당은 민생법안이나 정치관계법 처리가 우선이라며 추석 이후에 하자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면에는 '추석 민심'을 자기편으로 붙잡기 위한 '셈법'이 깔려 있다. 우선 9월 국회를 '이명박 국회'로 규정한 민주신당. 국감을 통해 이 후보에 대한 '공세'를 퍼부은 뒤 이를 추석 안주상에 그대로 올리자는 계산이다. 이 의도를 알고 있는 한나라당은 이 후보에 대한 전방위 검증 공세를 추석 이후로 미뤄 파장 확산을 최소화한다는 목적이 깔려 있다.

이는 자연스레 정치 공방으로 이어졌다. 민주신당 김효석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이 이명박 후보 방탄국회 제2차 남북정상회담 의미 축소, 민주신당 등 범여권 후보 경선 물타기 등의 의도로 국감을 연기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도 "국정 감사는 이름 그대로 현 정부의 국정운영을 감사하는 업무다. 상대 후보를 검증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국감이 어디 있나"라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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