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四字정치]'소이부답(笑而不答)'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2007.08.31 08:12
글자크기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훈수정치'를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다. "국가 원로의 조언은 의무이자 권리"(정구철 국내언론비서관)이라며 청와대까지 한발 걸쳤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에게 듣기 좋은 소리는 아니다. 심사가 편치 않은 것은 당연지사. 그런데 이런 '훈수'가 DJ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김영삼(YS) 전 대통령도 곧잘 훈수를 둔다. 지난 6월 이명박 후보측 이재오 최고위원을 만나 "당이라는 것이 민심을 따라가야 정권 교체를 할 수 있는 것이지 당이 억지로 민심을 거스르면 정권을 잡을 수 있겠느냐"고 말한 게 바로 YS다.

30일에는 김종필(JP) 자민련 전 총재도 나섰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예방을 받은 자리. 이 후보에게 "소이부답(笑而不答)하라"고 훈수를 뒀다.



'소이부답'은 "웃을 뿐 말이 없다"는 뜻. "후보가 다 수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의연한 대처를 주문한 셈이다.

이 후보도 좋아하는 말이다. 자주 인용한다. 한나라당 경선 초창기 검증 공방이 거셀 때 단골메뉴로 등장했던 게 '소이부답'이었다. 일일이 대응하지 않고 참겠다는 의미로 쓰였다.

이와 반대로 '소이부답'은 부정적 의미도 갖는다. 불리해 답을 회피하거나 상대방을 무시할 때가 그렇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말이 있지만 상황에 따라 웃는 얼굴이 기분을 상하게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날부터 1박2일 일정으로 지리산에서 열린 한나라당 연찬회에 박근혜 전 대표측 인사가 대거 불참했다. JP의 '소이부답' 훈수를 실행할 때는 아직 아닌 것 같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