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부족한 2%를 채워라

머니투데이 김용관 기자 2007.08.30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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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車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라]3. 감성과 브랜드가치 높인다

"브랜드나 감성품질과 같이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가치를 제공하는 데 있어서는 아직까지 선진업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의미 심장한 화두를 던졌다.

지속적인 품질경영을 통해 제품력에서는 어느정도 인정을 받았지만 부족한 '2%' 때문에 세계 최고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실제 현대차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는 신차품질조사(IQS)에 비해 감성품질을 중시하는 내구품질조사(VDS)에서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까지의 양적 성장이 한계에 부딪친 것이 아닌가 하는 문제가 제기되는 것도 이때문이다.



특히 '싸고 질좋은 차'라는 강한 이미지가 '럭셔리 브랜드'를 추구하고 있는 현대차에 오히려 방해가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부족한 2%, 감성품질을 잡아라 = 그런 현대차가 변하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자동차 자체의 '품질'에 치중했다면 앞으로는 고객의 문화와 기호를 반영하는 '매력적인 품질'을 추구하고 있다.

현대차 (250,500원 ▲4,500 +1.83%) 관계자는 "감성적이고 정성적인 품질개선에 주력, '현대차하면 감성차량'이라는 이미지가 떠오를 수 있도록 신차 개발 단계부터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감성디자인팀을 따로 마련, 내부 플라스틱 소재 개선(촉각), 조명ㆍ편의장치 시인성(시각), 시트 냄새 등 차량 내부 냄새(후각) 등 감성품질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독일 아우디의 성공 스토리는 감성품질의 중요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기술력만 좋은 회사라는 인식이 강했던 아우디는 '감성품질'을 강조하면서 세계적인 명차인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했다.

아우디는 차량의 냄새를 제어하는 후각팀과 차량과의 교감을 극대화시켜주는 촉각팀, 최적의 사운드를 디자인하는 청각팀 등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단순한 이동수단의 개념을 뛰어 넘어 촉각과 청각, 후각을 자극하는 오감 만족을 위한 수단으로 자동차를 생각하고 있다는 말이다.



실제 현대차의 품질 전도사인 정 회장은 최근 연구소 등을 방문, 자사 차량을 시승할 때면 내부 디자인이나 차량 냄새, 시트의 바느질 매무새까지 꼼꼼히 챙기고 있다는 전언이다.

후드를 열고 엔진을 들여다보며 자동차 자체의 품질만을 지적하던 과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정 회장의 이같은 독려는 쏘나타-그랜저-베라크루즈 등으로 이어지면서 현대차의 실력을 한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



예를 들어 현대차의 주력차종인 '그랜저'의 방향지시등 소리는 '째깍째깍'하는 시계 초침과 비슷한 소리를 낸다. 과거 기계음의 소리에서 좀더 부드러워졌다. 이는 대표적으로 감성품질을 적용한 사례다.

현대차의 부족한 2%는 올 연말 출시될 '제네시스'에서 채워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기대하고 있다.

◇감성품질로 브랜드 가치 높인다 = 현대차는 감성품질 향상을 통해 브랜드 가치까지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정 회장은 "이제는 양적 성장을 넘어서 전세계 고객들로부터 현대·기아가 생산한 자동차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 받고, 이를 통해 안정적으로 수익성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브랜드 가치가 높아질수록 그만큼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 환율하락으로 수익성에 비상이 걸린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은 곧 수익성 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인터브랜드와 비즈니스위크의 조사에 따르면 현대차의 브랜드 가치는 2005년 84위로 국내자동차 업체로는 최초로 글로벌 100대 브랜드에 진입한 이후, 2006년 75위, 올해는 72위로 꾸준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하지만 세계 6위인 일본 토요타와의 격차는 아직 크다. 특히 '브랜드 경쟁력 확보→가격개선에 의한 수익성 증대→재투자→품질 및 제품력 향상→브랜드 이미지 제고'의 선순환 고리를 이어가는데 어려움을 겪었던 것이 사실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명실상부한 세계적 자동차 회사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브랜드 가치 부문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성장해야 한다"며 "궁극적으로 전세계 30대 브랜드 및 자동차 부문 5대 브랜드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불안한 노사관계가 현대차의 이같은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은 귀기울여할 대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기아차가 품질·브랜드 혁신을 이뤄내고 세계 메이저시장을 주도하는 중심세력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여부는 앞으로 몇년 안에 판가름날 것"이라며 "하지만 노조의 파업이 연례행사처럼 이어진다면 명차 생산을 통한 프리미엄 브랜드 도입이라는 현대차의 목표도 물건너 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현대차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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