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선중립' 요구에 DJ "내가 알아서 할것"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07.08.29 18:53
글자크기

李, 김대중 전 대통령 예방…대선 중립 두고 '뼈있는 대화'

"각하께서 대한민국 대통령을 하셨으니 (이번 대선에서)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말아 달라"(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내가 알아서 잘 판단해서 하겠다"(김대중 전 대통령)

29일 오후 김대중도서관.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사이에 오간 대화 내용이다. 여권의 정신적 지주인 전직 대통령과 야당 대선 후보간의 만남 자리에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 '뼈 있는' 말들이 오갔다.



오후 4시30분부터 약 40여분간 진행된 이날 만남에서 이 후보는 작심한 듯 DJ의 정치적 중립을 요구했다. 면담 초기 이 후보는 "각하께서 대한민국 대통령을 하셨으니 한나라당도 좀 도와달라"고 했다.

'정치개입' 논란을 무릅쓰고 DJ가 부쩍 정치적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것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됐다. DJ는 그러나 "한나라당이 너무 세서 도와줄 필요가 있나"고 받아넘겼다.



환담이 끝나갈 무렵 미묘한 대화는 또 이어졌다. 이 후보가 거듭 정치 중립을 요구했기 때문. 이 후보는 "2007년 한나라당 경선은 매우 모범적이었고 역사에 없는 일이었다. 이번 본선(대선)도 모범적으로 치르고 싶다"며 "대통령을 하신 만큼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말아 달라. 우리도 전직 대통령을 잘 모시려고 왔다"고 말했다.

DJ는 이번에도 "내가 알아서 잘 판단해서 하겠다"며 답을 피해갔다. 올 12월 대선에서 '중립'을 직접적으로 요구한 데 대해 사실상 '거부(?)'한 셈이다.

민감한 주제인 호남 정서를 두고서도 긴장어린 대화는 계속됐다. 이 후보는 "호남을 참 자주 간다. 호남 참 많이 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역대 한나라당 후보 중 호남 지지율이 가장 높다는 점을 은근히 부각시키는 발언.


DJ도 "이 후보 (호남) 지지율이 높다고 신문에 났더라"고 화답했고 이 후보는 "아직 여권 후보가 결정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고 '겸양'의 자세를 취했다.

미묘한 분위기는 다음 대화에서 연출됐다. 이 후보가 "이번 선거는 지역감정이 없어지는 선거가 됐으면 좋겠다"며 원론(?)적인 발언을 한 것이 '사단'을 낳았다.



대화의 맥락상 지역감정의 책임을 호남에 돌리는 것으로 받아들여 질 수 있는 여지가 있었기 때문. DJ는 "이미 호남은 영남 사람인 노무현 대통령을 뽑았다"고 맞받았고 이 후보도 "그건(영남 사람인 노 대통령이 된 건) 김 전 대통령 때문에 그렇게 된 거 아니냐"며 서로간에 뼈 있는 말들을 주고받았다.

배석한 나경원 대변인은 "두 분은 이번 대선을 어느 때보다 모범적으로 치러야 한다는 점 외에도 남북 관계 발전을 위해서는 북핵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 공감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 후보는 서울시장 재임 시절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사실을 거론하며 배석한 박지원 전 비서실장과 인사를 나눠 눈길을 끌었다.



이 후보가 "박 실장님을 국무회의할 때 뵙고 오랜만에 뵙는다"고 인사를 건네자 박 전 비서실장은 웃으며 "이 후보께서는 우리 국민의 정부 국무회의에 가장 많이 참석하셨다"고 농을 던졌다.

이날 만남에는 DJ측에서는 박 비서실장이, 이 후보측은 임태희 비서실장과 나경원 대변인, 이동관 공보실장이 배석했다.

◇ 다음은 DJ와 이 후보와의 대화 요지



DJ : 후보 되신 거 축하드립니다. 오늘 날씨도 좋고 아프가니스탄의 동포들도 석방됐고 이 후보도 오시고 해서 기쁩니다.

이 후보 :19명이 (석방) 되었다고 해서 참 다행스럽습니다. 오래간만에 아주 좋은 소식입니다. 박(지원) 실장님도 오랜만입니다 국무회의할 때 뵙고….

박지원 :우리 이 후보께서 우리 국민의 정부 국무회의에 가장 많이 참석하시고…. (웃음)



DJ : 금년 대선은 과거 어느 때보다 모범적 대선 돼야 합니다.

이 후보 :각하께서 대한민국 대통령을 하셨으니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말고 한나라당도 좀 도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DJ : 한나라당이 너무 세서 도와줄 필요가 있나요.



이 후보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호남 지역을 참 자주 갑니다. 호남 참 많이 변하고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DJ : 이 후보 지지율이 높다고 신문에 났던데요.

이 후보 : 아직 여권 후보가 결정되지 않아서 그런거 같습니다. 여야간 모범적 정치가 돼서 정책대결을 하는 대선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DJ : 좋은 얘기입니다. 국민 수준이 그 만큼 올라가고 있습니다.

이 후보 :2002년과는 확실히 다른 것 같습니다. 정치가 한 단계 성숙해서 너무 각지고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고 국민에 대한 서비스 경쟁이 됐으면 합니다. 이번 선거가 지역감정이 없어지는 선거가 됐으면 합니다.

DJ : 이미 호남은 영남 사람인 노무현 대통령을 뽑았습니다.



이 후보 :그건 김대중 전 대통령 때문에 그렇게 된 거 아닌가요. 문제 해결이 남북문제를 푸는 첫 단추입니다. 6자 성공적으로 돼야 남북관계가 앞으로 술술 풀리게 될 것입니다.

DJ : 그렇습니다. 핵 해결되면 다 될 것입니다.

이 후보 :2007년 한나라당 경선은 매우 모범적이었고 역사에 없는 일이었습니다. 이번 본선도 모범적으로 치르고 싶습니다. 각하는 대통령을 하신 만큼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말아주십시오. 우리도 전직 대통령을 잘 모시려고 왔습니다.



DJ : 내가 알아서 잘 판단해서 하겠습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