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파업에 멈춘 기아차 화성공장

화성=기성훈 기자 2007.08.27 15:47
글자크기

비정규직 파업에 회사선 공장 정문통제… 정규직 시선도 '싸늘'

27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우정면에 자리잡고 있는 기아차 (105,600원 ▲2,100 +2.03%) 화성공장 정문 앞은 짙은 먹구름 속에 소나기가 오락가락하는 날씨만큼이나 어수선했다.

특히 화성공장 협력업체 근로자들로 구성된 기아차 비정규직지회의 라인 점거농성을 전후해 기아차측이 출입자를 엄격히 통제하면서 공장주변은 말 그대로 긴장감에 휩싸여 있다.



기아차 협력업체 노조가 화성공장의 도장라인을 점거하고 농성을 시작한 지 5일(영업일수 기준 3일)째를 맞은 이날도 사측은 대형 트럭과 각종 중장비들로 정문을 막은 채 노조는 물론 방문객의 출입을 금지시켰다.

이에 따라 부품업체 등 기아차 협력업체 직원들은 화성공장 남문이나 후문을 이용하는 불편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기아차비정규직지회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정오께 정문에서 기아차 원청회사의 비정규직 노조 탄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사측과 도급업체에 12차례 교섭을 요구했으나 사측은 단 한 차례도 응하지 않았다"면서 "비정규직 노조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고 교섭에 참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는 20여명의 금속노조 경기지부,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 회원, 뉴코아, 이랜드 일반 노조원들이 함께 했다. 김수억 기아차비정규직 지회장 등을 포함한 노조원들은 공장 내부에서 나오지 못했고, 20여 명 밖에 되지 않는 공장 밖 노조원들은 굵은 소나기를 뚫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이들을 바라보는 일부 정규직들의 시선은 싸늘하기 그지 없었다. 기자회견이 한창 진행되는 동안, 정규직들은 점심시간을 맞아 현재 공장 내부와 외부에서 대기하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들의 행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한 정규직 직원은 "별다른 생각이 없다"며 "좋은 구경거리지 않냐"고 반문하기까지 했다. 이 자리에서 만난 현대·기아차 협력업체의 한 직원도 "어차피 정규직들은 비정규직 직원들의 목소리에 관심이 없다"며 "내부에서 서로간의 다툼이 있었던 것 같다"고 공장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이날 정규직 노조인 금속노조 기아차지부의 김상구 지부장은 화성 도장공장을 찾아, 김수억 비정규직 지회장에게 "농성장을 도장공장이 아닌 곳으로 옮겨 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정전기로 인한 화재발생 가능성이 있는 도장공장을 검거한 채 과격한 농성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아차 화성공장 관계자는 "도장공장은 평소에도 화재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정전복과 정전화를 착용하는 등 엄격하게 관리되는 곳"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현재 공장 내에서 점거 농성중인 비정규직지회 관계자는 전화통화를 통해 "현재 400여명의 동지들이 함께 하고 있다"며 "절대 사측에 굴복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오전에 하도급 업체 사장단이 문자로 파업을 철회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사측이 우리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이지 않는 한, 점거를 풀 계획은 없다"고 강조했다.

사측의 불법파업에 대한 원칙대응 천명과 비정규직 노조의 강경투쟁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이번 사태가 쉽사리 해결되지 않고 장기화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