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부펀드, 금융시장의 또 다른 변수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07.08.21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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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채 매도하면 금융안정성 크게 해칠 수도

각국 정부의 투자 펀드인 국부펀드(소버린 웰스 펀드)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그동안 미국 국채에 수조달러 규모를 투자하며 금융 안정성을 지지해오던 축인 국부펀드들이 국채 일변도에 벗어나 투자 다변화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들어 글로벌 금융 안정성이 위협받기 시작하자 각국 정부들은 기존 달러 보유액을 사모펀드, 부동산, 은행을 비롯한 자산으로 분산 이동시키고 나섰다는 징후가 포착되기 시작했다.



국부펀드들의 이같은 연쇄이동은 다시 금융시장 안정성을 뒤흔드는 악순환을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현재 세계금융시장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홍역을 앓고 있어 국부펀드가 미국 채권을 대거 팔고 자산을 다변화 할 경우,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드는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부펀드들이 투자한 자산은 2조5000억달러로 헤지펀드 투자의 총합을 뛰어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모간스탠리의 분석에 따르면 국부펀드 규모는 향후 10년내 17조5000억달러로 늘어날 전망이다.



부시 행정부는 그동안 중국, 일본, 중동지역 산유국 등이 미국 자산에 투자한 수조달러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애써 무시해왔다. 특히 부시 행정부는 각국 정부가 미국 국채를 보유하는 식의 투자는 레버리지 효과가 크지 않아 시장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21일 뉴욕타임스(NYT)는 국부펀드의 투자다변화가 시장은 물론 정치적 불안정을 야기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부시 행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에 국부펀드의 투자행위를 면밀히 감독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또 국부펀드들의 투자규범을 만들고, 이들 펀드들이 정치상황에 의해 좌우되지 않도록 관련 의무 조항을 만들 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원칙적으로 국가 안보를 위협하지 않는 이상 모든 투자를 환영하고 있다. 헨리 폴슨 미국 재무장관은 "강한 미국 경제로 달러 자산으로 자금이 쏟아져들어 오고 있다"면서 "그러나 너무 많은 자금의 유입은 오히려 미국 경제를 삼켜버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우려를 반영하듯 국부펀드들이 다른 국가들의 금융 시장에까지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물론 국부펀드들이 신용경색을 악화시키는 역할을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부펀드들이 갑자기 자산을 매도하면서 위기를 촉진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리고 긴급자금을 지원해 위기를 극복하도록 도우는 활동도 벌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연구위원인 에드윈 트루먼은 "국부펀드는 문제를 일으키는 근원도 해결책도 될 수 있다"면서 "국부펀드들이 미국 국채가 아닌 주식과 채권 등을 보유할 때에는 어떤 성격을 갖고 있는지 우선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부펀드들의 영향력이 커지자 미국 이외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과 싱가포르가 바클레이 은행의 지분을 매입하고, 카타르가 세인스베리 수퍼마켓을 인수하자 영국에서는 국부펀드들이 자국 자산을 공략하기 시작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독일에서도 러시아 국부펀드들이 송유관과 에너지 인프라를 매입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해외 정부나 정부 투자 펀드가 자국 자산을 매입하는 것이 위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

메르켈 총리는 "국가들이 통제하고 있는 펀드를 다루는 것은 지금까지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던 사실"이라며 규제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트루먼은 "정부는 투자 세계에서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투자자"라면서 "국부펀드라고 부르고 있지만, 국경을 벗어난 곳에서 국가 주권을 내세울수는 없을 것"이라며 국부펀드에 대한 규제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루먼은 그리고 무엇보다 국부펀드들은 정치와는 무관한 펀드매니저들에 의해 독립적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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