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 타임'이 다가오고 있다

김유림 기자 2007.08.21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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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모기지업체 컨트리와이드 인수 가능성

'버핏 타임'이 다가오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을 대혼란에 몰고 간 이번 신용 경색 위기는 지난 2002년 월드콤·엔론 사태와 비슷한 면이 많다.

당시 월드콤과 엔론의 분식 회계가 탄로나자 다른 에너지·통신 회사들 채권까지 도매금으로 급락, 금리는 치솟았다. 아무도 에너지·통신 회사의 채권을 인수하려 하지 않아 비교적 우량한 기업 채권까지 정크본드가 돼 버린 것.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서 시작된 신용 위기가 우량한 기업 어음(CP) 시장까지 잠식한 현재 상황과 유사점이 많다.



월가에서는 이 때문에 '가치투자의 달인' 워런 버핏이 현재 장세를 어떻게 이용할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버핏은 2002년 월드콤·엔론 사태가 터지자 25개 에너지·통신 회사의 채권을 헐값에 사들여 그 해 연말 정크 본드 투자 금액을 83억달러로 대폭 늘렸다.

버핏은 이듬해인 2003년 "고위험 채권에 투자해 얻은 수익이 11억달러로, 수익률은 13.3%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가드너루소앤가드너의 토마스 루소 파트너는 "지금 시장은 버핏의 시장"이라고 말했다. 버핏이 분명 현재 위기를 적극 활용해 수익을 낼 기회로 만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버핏은 시장의 관심에 응수하듯 "모든게 맞아 돌아간다면 이멜다 마르코스(쇼핑광으로 유명한 전 필리핀 영부인) 보다 더 빨리 돈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버핏은 펀더멘털과 주가 격차에 집중하는 철저한 가치투자자다. 펀더멘털이 손상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가가 과매도 국면으로 가면 재빨리 투자 기회로 삼겠다는 얘기다.

특히 우량 모기지 회사인 손버그 마저 지난 19일 신용시장 경색으로 모기지담보부증권을 헐값에 파는 현재 상황은 버핏에게는 좋은 투자 기회가 되기 손색이 없어 보인다.


일부에서는 버핏이 최대 위기를 겪고 있는 모기지 업체 컨트리와이드파이낸셜을 인수하면 어떻겠냐는 가정까지 제시하고 있다. 컨트리와이드는 오랜 세월 모기지 사업을 했기 때문에 브랜드력이 탄탄하다. 버핏은 투자 원칙에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꾸준히 수익을 내는 기업들이 우선 투자 대상이다. 버핏이 오랫 동안 투자를 유지해온 웰스파고나 M&T뱅크는 이런 기준을 충족하는 금융회사들이다.

특히 이 시나리오는 버핏이 지난 92년 다 쓰러져가던 살로몬브라더스의 최고경영자직을 맡아 기사회생시킨 전례에 비춰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분석이다.



버핏은 98년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위기 때도 위기 수습을 위해 개입하려 했지만 의견이 맞지 않아 손을 뗐다. 버핏은 LTCM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과 채권 등 자산 인수를 원했지만 얽히고 설킨 LTCM의 경영 구조와 파트너십 제도에 불만을 가져 관여하지 않았었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신용 시장 경색으로 헤지펀드와 사모펀드들의 인수합병(M&A)이 최종 성사되지 않을 경우 이 딜을 버핏이 탐내는 시나리오도 가정하고 있다.

사모펀드는 철저하게 채권 조달을 통해 기업 인수를 마무리하기 때문에 최근 위기를 쉽게 넘기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때문에 KKR이 인수한다고 발표했던 TXU 등에 버핏이 관심을 가질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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