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출신 버냉키, 너무 늦게 대응했다"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2007.08.20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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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대응 첫 실패 비판 제기

불과 2주일전만 해도 인플레이션 안정이 최대의 과제라고 선언했던 중앙은행의 이사들이 지난주말 금융시장의 안정에 본격 나서기 시작했다. 금리 기조에 변화가 불가피한 국면으로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

지난 17일(현지시간) 재할인율을 낮추고 신용경색이 경제성장에 위협적이라는 코멘트를 함으로써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효과적으로 지난달 7일 모임에서 내놓았던 전망을 수정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가 통제권안에 있다(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다)고 말한 벤 버냉기 FRB의장에 대해 지난해 취임 이후 처음으로 심각한 실수를 저질렀다는 비판을 가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필라델피아에 있는 펜실베니아의 와튼 스출 대학의 금융교수인 케네스 토마스는 "중앙은행이 유동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너무 과소 평가했다. 결국 버냉키 의장이 첫번째 실수를 범했다고 볼 수 있다"며 "이는 어떻게 보면 학자와 실무 전문가와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측면도 강하다"고 지적했다. 학자 출신인 버냉키 의장이 시장이 이미 주택 침체로 크게 흔들린 것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전 프린스톤대학의 경제학부 학장이었던 버냉키 의장은 경제정책을 펴는데 있어 전망의 역할을 한층 부각시켰다. 반면 앨런 그린스펀 전 FRB의장은 시장에서 전해지는 수십 가지의 신호들로부터 실마리를 잡고 문제를 해결하는 태도를 보였다.

최근 FRB의 전망은 적정한 성장이 지속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이 최고의 위험으로 남아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신용시장의 붕괴가 이같은 입장을 변화시켰다.

애널리스트들은 급기야 버냉키 의장은 9월18일 정례회의 이전에 금리를 적어도 0.25%포인트 인하해야할 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했다.


연준 이사였던 로렌스 메이어는 "시장은 너무나 다이내믹하게 변한다. 버냉키의 태도 변화는 금융시장의 혼란을 매크로 관점의 전망으로 옮기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말해준다"고 말했다. 메이어는 98년 아시아 위기때 세차례의 금리인하에 손을 들었다.

지난주 재할인율 인하는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의 요구로 이뤄졌다. 티모시 게이트너와 자넷 엘런이 두 은행의 총재인데 모두 클린턴 정부시절 관료를 역임하면서 98년 아시아 외환위기를 처리한 경력이 있다. 워싱턴 연방은행의 이사들은 주로 학자들이다.



매크로이코노믹 어드바이저스 부회장이기도한 메이어는 지난 8일 회의때 인플레이션이 최대 위험이라는 표현을 없앨 것을 건의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시장의 혼란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자는 취지였다.

중앙은행은 사흘전 이와 유사한 정책의 수정을 최종 선택했다. 이사들은 이제 적절한 성장과 인플레이션을 언급하는 것을 포기했다.

증시를 급반등했다. S&P500지수는 2.5% 올랐다. 4년래 최대 폭이다.



그러나 자산담보부 기업어음(ABCP)시장의 불안은 지속됐다. 20일 만기인 최고 등급의 CP 금리는 5.99%로, 0.39%포인트 올랐다. 시장은 중앙은행의 더 강한 지원을 바라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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