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할인율 인하했지만 달라진 건 없다

김경환 김유림 기자 2007.08.19 17:38
글자크기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전격적인 재할인율 인하로 증시가 반등하고 엔화가 약세로 돌아서는 등 세계 금융시장이 안정되는 기미를 보였지만 "달라진 건 없다"는 지적이다.

FRB의 재할인율 인하 직후 일부에서는 낙폭인 컸던 아시아 증시는 이번 주 반등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8일 지난주 아시아 증시의 낙폭이 과대했다며 저가매수의 기회라고 분석했다.



위기의 핵심 서브프라임 문제는 여전히 해결 안돼

그러나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지적이 많다. FRB의 재할인율 인하가 시장의 심리를 개선시킬 수는 있지만 이번 사태의 핵심인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FRB의 조치가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자전문업체인 코웬앤코의 마이크 말론 애널리스트는 "우리는 아직 '서브프라임 모기지'란 숲에서 나오지 않았다"면서 "태풍이 완전히 지나가기 전까지 시장은 계속 불안하게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도이체방크의 오웬 피트패트릭 애널리스트도 "FRB의 결정이 시장의 분위기를 바꿀 수는 있어도 문제를 근본적으로 고치지는 못한다"면서 "서브프라임으로 대변되는 신용 시장의 도전은 장기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FRB 신용경색 실물경제로 전이 가능성 시인


FRB는 지난 17일 긴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열고 재할인율을 기존 6.25%에서 5.75%로 0.5%포인트 인하한데 이어 '추가 조치'를 언급하며 9월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FRB가 이처럼 갑작스럽게 재할인율 인하를 단행한 것은 미국 실물경제로 서브프라임 모기지발 신용경색의 여파가 번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FRB는 성명서에서 "신용경색과 불확실성 증가로 경제 성장이 둔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경제하강(downside) 리스크가 상당히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FRB가 현 신용경색 상황이 실물경제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고 처음으로 시인한 것이다.



FRB는 더 나아가 "현재 위기 상황을 주시하고 있고, 금융시장 동요가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효과를 완화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며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기준금리 아니 재할인율 인하는 시간벌기용

전문가들은 FRB가 기준금리가 아니라 재할인율 인하를 선택한 것은 시간벌기라고 보고 있다. 재할인율은 중앙은행과 시중은행간에 적용되는 금리이고, 하루짜리 콜금리와 달리 30일간 적용된다. 곧바로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경우, 인플레이션 상승 등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기 때문에 상황을 더 지켜본 뒤 기준금리를 인하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시장 반응은 긍정적

FRB의 재할인율 인하로 미국 뉴욕증시와 유럽 주요증시는 일제히 급반등했다. 미국 다우지수는 1.82%, 영국의 FTSE100지수는 3.50%, 프랑스 CAC40지수와 독일 DAX30지수도 각각 1.86%, 1.49% 상승했다.

지난 4일간 강세를 기록하며 글로벌 '엔 쇼크'를 불러 일으켰던 엔화도 5일만에 다시 약세로 돌아서면서, 엔 캐리트레이드 청산 우려를 낮췄다. 엔/달러 환율은 뉴욕 외환시장에서 전날보다 0.43%(0.49엔) 오른 114.38엔을 기록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