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四字정치]'이전투구(泥田鬪狗)'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2007.08.16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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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의 유행어는 '구동존이(求同存異)'였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다른 게 있어도 같음을 추구한다'는 뜻은 대통합을 위한 몸부림에 가장 적당한 용어였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의 유행어는 뭘까. 안타깝지만 '이전투구(泥田鬪狗)'가 될 듯 하다. '빅2'의 치열한 경선을 두고 나온 말이다. 8차례의 토론회, 13회의 지역 합동유세, 정당 역사상 최초의 검증청문회 등 다양한 시도는 평가받을 만 하지만 기억에 남는 것은 '치고 받은 싸움'뿐이란 얘기다.



'이전투구'는 "진흙 수렁에서 싸우는 개의 추악한 모습"이란 뜻인데 중국의 고사가 아닌 우리나라에서 나온 말이다. 이전투구의 창시자(?)는 조선의 건국공신 삼봉 정도전. 태조 이성계가 정도전에게 8도 사람을 평하라 했는데 정도전이 함경도 사람을 '이전투구'라 한 데서 유래됐다.

경기도는 경중미인(鏡中美人·거울에 비친 미인), 충청도는 청풍명월(淸風明月·맑은 바람속 밝은 달), 전라도는 풍전세류(風前細柳·바람 앞의 가는 버들), 경상도는 송죽대절(松竹大節·숭죽과 같은 절개), 강원도는 암하노불(岩下老佛·바위 아래 늙은 부처님), 황해도는 춘파투석(春波投石·봄바람 물결에 돌 던지기), 평안도는 산림맹호(山林猛虎·숲 속의 사나운 호랑이)'라고 호평하면서도 정작 태조의 고향인 함경도에만 안 좋은 비유를 한 것.



태조의 얼굴이 굳어지자 석전경우(石田耕牛·자갈밭을 가는 소)라고 말을 바꿔 노여움을 피했다. 그러나 실제 정도전의 생각은 달랐다. 거울에 비친 미인은 '실속없음'을, 바위 아래 늙은 부처는 '착할 뿐 진취성이 떨어지는 것'을 비꼰 것이기 때문.

반면 '이전투구'는 진흙탕에서 싸우는 개처럼 '강인함'을 나타나기 위한 표현이었다고 한다. 정도전이 아차 싶어 바꾼 '자갈밭을 가는 소'도 '강인함'을 나타낸 것.

이런 원뜻을 감안해도 한나라당 경선은 '이전투구'가 맞을 듯 하다. '빅2'가 치열하게 싸웠지만 결국 쓰러지지 않고 '완주'를 눈앞에 둔 것은 그만큼 강하다는 의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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