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관망하라" vs "저가매수 기회"

머니투데이 오승주 기자 2007.08.16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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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프라임 폭탄' 맞은 증시 주식본부장 전망(종합)

코스피지수가 100포인트 넘게 폭락한 16일 주식시장을 바라보는 주식운용본부장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일각에서는 당분간 '관망이 중요하다'는 견해를 내비친 반면 한쪽에서는 '저가매수의 기회'로 삼으라는 조언이 나왔다. 그러나 대부분 주식운용 본부장들은 증시에 심리적으로 휘둘릴 필요가 없다는 점에 대해서는 일치했다.

◇"관망이 중요"=김영일 한화투신운용 주식본부장은 이날 "당분간 관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며 "포트폴리오 조정은 일단 '바람'이 지나간 이후에 하겠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현재로서는 대부분 투신권이 관망할수 밖에 없는 자세"라며 "낙폭이 커진다고 해서 섣불리 판단해 행동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비우량담보대출(서브 프라임보기지)의 세계적 위기로 국내 증시의 심리도 과도하게 흔들리고 있다"며 "레버리지를 이용한 투자가 세계적으로 많기 때문에 유동성 축소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현재 한화운용은 포트폴리오 점검에 주력하고 있다. 과도하게 몰린 자산이나 위험 요소를 되돌아보고 매수와 매도 시기를 잡는 데 골몰하고 있다.

그는 "주식시장에서 이탈한 자금이 부동산으로 몰릴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며 "부동산시장도 각종 규제로 경색된만큼 주식시장에서 빠진 자금이 채권이나 예금 등으로 들어가 투자처를 노릴 공산이 크다"고 주장했다.

펀드 환매에 대해서는 유보적 입장이다.


김 본부장은 "지금은 일단 시장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펀드 투자자들도 관망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준 NH-CA자산운용 주식본부장은 "120일 지지선에 근접하는 1650선까지는 내려앉을 가능성 크다"며 "심리적 공황상태를 극복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오전부터 꼼짝없이 얻어맞는 장세에 시장이 동요하고 있다"며 "특히 개인매도세가 커지면서 당분간 증시는 불안전 장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리 대응하지 못한 투자자들은 속절없이 하락하는 장세에 당황스러울 것"이라며 "증시가 얻어맞을대로 얻어맞은 점을 감안해 잠시 떨어져 시장을 관망하는 자세도 중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초 1400선 초반에서 시작한 코스피지수는 2000선을 찍을 때까지 600포인트 급등했다. 그러나 최근 하락장에서 300포인트가 급속하게 무너지며 연초 상승분의 50%에 이르는 지수가 단 몇주만에 물러선 것이다.



김 본부장은 "급등만큼 급락하는 것은 한국증시가 '심리'에 상당부분 휘둘리는 취약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나타내는 것"이라며 "냉정한 관점에서 증시를 다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전략에 대해서는 서브프라임 사태가 쉽게 꺼지지 않을 요소임을 전제로 펀더멘털이 튼튼하거나 낙폭과대주 가운데 실적이 뒷받침되는 종목 중심으로 대응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 본부장은 "시장에 악재가 도사리고 있는 마당에 상반기처럼 줄기차게 지수가 다시 올라갈 가능성은 적다"며 "새로 시작하는 기분으로 주식투자의 원칙을 지켜 매수 종목을 고르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저가매수 기회도 된다"=김재동 한국운용 주식본부장은 "극도의 공포가 왔고 시계(視界)가 어둡다"며 "1750선을 적정가 이하 수준으로 보고 포트폴리오 교체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불확실성이 시장을 지배하는 가운데 현재 로선 글로벌 증시나 한국 기업의 실적이 고려되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추가 하락을 대비해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밸류이에션이 적정가 이하 수준으로 내려왔다는 판단이다. 김 본부장은 "향후 시장이 균형을 되찾을 것이란 확신 아래 지금까지 매수하고 싶었는데 가격이 부담됐던 종목들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종별 보다는 종목별로 접근할 방침이다. 김 본부장은 "1750선이 적정수준이라고 보고 1700대에선 포트폴리오 교체에 나설 것"이라며 "다만 피크(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에 선 종목들은 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현 KTB자산운용 주식본부장도 "바닥을 정확히 예측하기 힘들지만 현 가격대라면 충분히 저가매수에 나설 만하다"고 진단했다.

이 본부장은 "서브 프라임 이슈는 현가격대에 상당부분 반영됐다고 본다"며 "앞으로 국내증시는 가격조정보다는 기간조정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서브프라임에 대한 미연방준비위원회(FRB)의 향후 대응에 따라 글로벌 증시가 등락을 거듭하겠지만 추가적인 하락보다는 해법을 기다리는 기간조정 양상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같은 판단아래 이 본부장은 "현 가격대라면 업종에 상관없이 낙폭과대업종에 대해서는 분할매수에 나설 계획"이라며 "건설 금융 조선 등이 상대적으로 하락폭이 커서 원하는 매수가격대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연초이후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적었고 하반기 실적개선 모멘텀을 갖고 있는 IT업종도 시장수익률을 상회할 것으로 보이나 약세장이 예상돼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김기봉 CJ자산운용 주식본부장은 "남들이 공포에 짖어 주식을 던질 때 사야 크게 먹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본부장은 "서브 프라임 문제에 대한 불확실성을 감안하더라도 한국증시의 급락은 과하다"라며 "시장참가자들이 주식을 싸게 던질 때 적극 매수해야 남들보다 양호한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한국증시가 일본이나 대만 홍콩 등보다 하락폭이 큰 것은 △ 광복일 휴장으로 이틀치 외국인 매도물량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 개인들의 신용만기 물량이 출회되면서 단기 수급을 악화시켰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그는 "미연방준비위원회(FRB)가 9월에 금리를 인하할 경우 미국경기가 바닥을 벗어나고 있어 이번 조정폭을 단기간에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김 본부장은 "만약 FRB가 금리를 인하하지 않더라도 글로벌 증시가 서브프라임에 대한 내성을 키워나가면 9월부터는 반등을 기대해도 좋다"고 말했다.

특히 김 본부장은 상승장에서도 고점대비 15%정도의 조정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며 현가격대에서 분할 매수를 권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300포인트 이상 급락하면서 한국증시의 주가수익배율(PER)이 10배 수준으로 재차 하락했기 때문에 가격측면에서도 부담스럽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좌근 동부자산운용 주식본부장도 "조정은 어느정도 예상된 부분"이라며 "대세상승의 큰 흐름이 깨진 것은 아니라고 판단, 1500선 이상에선 상승세는 살아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다만 4분기 저점에 이를 때까지 당분간 조정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본부장은 "10~11월 바닥일 보일 때까지 8~9월은 힘든 시기가 될 것"이라며 "지수 조정은 어느 정도 이뤄졌지만 꼬여있는 수급 부분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기간조정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조정을 저점 매수기회로 삼고 종목 발굴에 나설 계획이다. 이 본부장은 "밸류에이션 부담 때문에 사지 못한 종목들을 눈여겨 본다"며 "조정장 흐름이 우리에겐 큰 기회"라고 말했다.

동부자산운용은 높은 성과를 기록한 '동부 더클래식진주찾기주식'펀드를 중심으로 자금이 꾸준이 유입되고 있다.

7월 초만해도 200억원 수준이었던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 수탁액이 최근 550억원 가까이로 늘어났다. '동부 더클래식진주찾기주식'펀드는 지난해 7월 20일 설정된 펀드로 설정후 1년된 시점의 누적수익률이 97%를 기록했다.



이 본부장은 하반기가 펀드투자자들에게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조정장에선 거액 투자자라고 하더라도 반드리 적립식으로 쪼개 투자해야 합리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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