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부러지는 일솜씨로 시대적 과제 향해 도전

박재범 기자, 김성휘 기자, 사진=홍기원 기자 2007.08.16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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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대선주자 릴레이 인터뷰<4>이해찬 前국무총리

똑부러지는 일솜씨로 시대적 과제 향해 도전


'독선' '오만' 등은 남의 얘기였다. 그는 진지했다. 그리고 철저했다. 자칫 엉뚱한 답을 할까봐서인지 "질문의 구체적 의미가 뭔지…"라며 확인도 했다.

답은 거침없다. 말 한마디 한마디 실리는 힘이 느껴진다. 자신감이다.



그런데 잘난 체로 들리지 않는다. 솔직함과 경험이 자산인 덕이다.

이해찬 전 총리를 만나 받은 인상이다. 지난 13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정치 현안과 남북 문제에 대한 얘기가 나왔던 만큼 가능한 '경제'에 집중했다.



무엇보다 이 전 총리만의 '실력'을 접하고 싶었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참 똑똑하다"

#경기 부양의 유혹?

'이해찬=참여정부'다. 그는 부인하지 않는다. 참여정부의 공과를 묻는 질문이나 답변도 이젠 식상할 정도. 대신 '참여정부 정책중 무엇을 가장 계승하고 싶냐'고 물었다.


통상 범여권 주자들이 내놓는 '균형발전' '한미 자유무역협정I(FTA) 등을 말할 것이란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무리한 인위적 경기부양정책을 도입하지 않고 꾸준한 경제체질 강화 정책을 통해 안정적 성장을 달성한 것입니다"

참여정부 최고의 성과로 경기부양책을 쓰지 않았다는 점을 꼽은 것인데 설명이 뒤따른다. 성장률이 3%대로 떨어질 때 특히 그랬죠. 6조-7조원 정도만 넣으면 1%포인트 올릴 수 있습니다. 옛날 지도자들은 비난을 피하기 위해 진통제를 놨죠. 그런데 우리는 안 했습니다.



그래도 유혹을 느끼지 않았을까. "느꼈죠. 원성을 얼마나 많이 들었습니까. 돌이켜보면 2-3년전 안 한 게 잘 한 것 아닙니까. 체질 개선 후 나아지고 있기 때문에 (현 회복세는) 굉장히 탄력받고 갈 거예요"

#'일자리' '일자리' '일자리'

경제 상황 인식, 해법 등을 듣다 보니 '경제 부총리'와의 인터뷰가 따로 없다. 총리를 역임했다지만 정부의 경제운용 방향이나 각종 대책 등이 술술 나온다.



똑부러지는 일솜씨로 시대적 과제 향해 도전
문제와 방향은 안다. 개발연대 시대의 불균형 성장, 외환위기 직후 심각해진 양극화. 이를 풀어야 한다. 그의 해법은 '일자리'. 이 전 총리 캠프 사무실엔 "첫째도 일자리, 둘째도 일자리, 셋째도 일자리"라고 쓰인 대형 걸개가 걸려 있다.

'일자리'도 모든 이들이 내놓는 모범 답안. 그의 말이 이어진다. "근로자, 정규직, 비정규직, 중소기업, 중견기업, 영세자영업자, 시민사회 등 제반의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해 사회적 대타협을 도출하는 '일자리 만들기 연석회의'를 추진할 것입니다"

'연석회의'가 흥미롭다. 17년을 끌어온 방폐장 문제 등 각종 갈등을 조율하며 처리했던 이 전 총리만의 자신감이 반영된 공약이다. 이게 끝이 아니다.



"개인 소득이 높아지는 것보다 가구당 소득이 높아지도록 일자리 만들기와 함께 일자리 나누기에도 역점을 둬야 합니다"

#부동산도 밀리지 않는다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해 국민들이 갖는 실망감은 상당하다. 이 전 총리도 부동산 정책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입장.



그는 그래도 과(過)보다 공(功)을 설명하는데 힘쓴다. "세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첫째 투기입니다. 제도 자체가 미비했습니다. 역대 정권의 경우 사실상 투기를 허용해온 셈이죠. 둘째 수출 등이 잘 되면서 유동 자금이 많아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발생했습니다"

진단에 따른 처방도 현 정책 그대로다. "불로소득에 대해서는 세제를 강화했습니다. 유동성 문제는 지난해 금융규제를 강화했죠. 수급 문제는 임대아파트 확대 등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전망도 확신에 차 있다. "올해 부동산 가격이 많이 안정됐습니다. 이 정책 흔들지 말고 꾸준히 하면 상당기간 안정적으로 갈 수 있습니다"

정권이 바뀌면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그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면서도 "한나라당이 집권해도 나라를 위해 정책을 안 바꾸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라고 덧붙인다.



서울시 부시장도 역임했던 그에게 재건축 문제도 물었다. 반대하지 않는단다. 다만 개발이익을 환수, 주거복지 비용으로 사용한다는 전제를 단다.

똑부러지는 일솜씨로 시대적 과제 향해 도전
#대통령의 꿈

이 전 총리는 일 잘하는 정치인이다. 5선의 국회의원, 여당 정책위의장, 교육부장관, 실세 총리까지 거치며 '탁월'한 능력을 보여줬다.



이견을 다는 이가 거의 없다. 그런 그가 언제부터 대통령을 꿈 꿨을까. 우문(愚問)을 받은 그가 현답(賢答)을 내놓는다.

"자리를 갖고 꿈 꿔본 적은 없습니다. 우리 시대가 해결할 '과제'를 많이 생각하고 그것을 한번도 피해간 적이 없습니다. 민주화 운동, 정권교체, 정치 정책 개혁….

이번 일도 그런 시대적 과제로 받아들이는 겁니다. 권력 의지는 몰라도 과제를 향한 의지는 충분합니다" 자리가 아닌 일 중심으로 사고한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평화체제를 정착하고… 인재를 키워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사회 통합을 꾀하고… 지역주의 언론 사법 분야의 개혁을 통해 민주주의를 성숙시키고…"등이 그에게 주어진 과제다.

인터뷰 말미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선거를 물었다. "어려운데…"라며 잠시 생각에 잠긴 이 전 총리. "감동은 공감한다는 것인데 중요한 것은 진실한 것이죠.

진실이 승리하는 역사를 만들어야 합니다. 선거 활동, 정책 하나하나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진실성을 갖고 하는 게 중요하겠죠" '진실'과 '솔직'이 여전히 귓가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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