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답없는 공허한 '한나라 TV토론'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07.08.09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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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C 질문 도입했지만 흉내에 그쳐

한나라당 경선 TV토론은 예상(?)대로였다. 감동도, 흥미도, 대안도 없었다. 9일 오후 서울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에서 열린 '경제' 분야 'TV토론회'.

'질문'은 있었지만 답은 공허했다. 이전과 똑같은 맥빠진 토론이 재연됐을 뿐이다. 정책 설명 과정에서 나온 상대 후보의 '말꼬리'를 잡아 다시 '말실수'를 유도하는 토론 기법(?)만 더 세련됐을 뿐.



국내 TV토론 사상 최초로 도입된 UCC(이용자제작콘텐츠) 기법도 지루한 토론 탓에 다소 빛이 바랬다.

◇공허한 메아리 = 이날 토론 주제는 올 12월 대선의 화두인 '경제' 분야. 그러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하나도' 없었다.



경제대통령다운 설명도, 서민대통령을 꿈꾸는 이들의 서민 정책은 들을 수 없었다. 후보들은 구체적인 답변을 피해가기 급급했다.

"부동산 불로소득을 차단할 구체적인 정책을 말해 달라(원희룡 후보)"는 질문에 "조세를 통해 불로소득을 회수해야 한다. 종합적 대책이 필요하다(이명박 후보)"고 답변하는 식이다.

"5년간 300만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가"란 원 후보의 질문에 박 후보는 "1% 성장시 8만개의 일자리가 나온다. 7% 성장하면 1년에 60만개, 5년간 300만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방법'을 물었는데 '당위'만 강조한 셈이다.


◇李·朴 '정책' 아닌 '말말말' 공방 = '빅2'간 설전은 나름 치열했다. 공방의 주제는 이 후보의 대표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 하지만 논박은 '정책'이 아닌 후보들간 '말꼬리 잡기'에 그쳤다.

이 후보는 "이전 토론회에서 박 후보가 아버지 시절 (대운하가) 검토 폐기했다고 말했는데 사실이 아니다. 그 때 너무 당황하셔서(말을 잘못 한게 아닌가)"라고 공격했다. 박 후보는 "당시 총리를 지내신 분한테 들은 것"이라고 역공을 취했다.



박 후보도 즉각 이 후보가 '말바꾸기'를 하고 있다며 반격했다. "대운하 공약을 10년전부터 준비했다고 하면서 대운하의 목적, 수심, 수로 등 말이 수시로 바뀌고 있다"고 지적한 것.

이 후보는 "어떤 프로젝트도 집행될 때까지 초기 단계의 계획을 많이 바꿔가면서 한다. (말을 바꾼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맞받았다.

◇UCC 기법, 흉내는 냈는데… = 'UCC'를 활용한 질문 기법도 토론의 지루함을 덜지 못했다. UCC 질문기법이란 유권자들이 자체 제작한 동영상을 이용해 후보들에게 질문하는 방식.



지난 달 24일 미국 민주당 대선 예비선거에서 전세계 역사상 처음으로 시도된 TV토론회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다만 시도 자체는 신선했지만 '질문' 내용이 평이해 눈길을 끌지는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4명의 경선 후보들은 각각 1개씩의 UCC 질문을 받았다. 유권자들은 보육정책(박근혜), 청년실업(홍준표), 아프간 인질사태 해법(이명박), 지구온난화(원희룡) 대책에 대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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