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유럽 국부펀드 제동 움직임

머니투데이 박성희 기자 2007.07.31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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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도상국의 국부펀드가 금융시장의 큰 손으로 부상하면서 미국과 유럽이 제어에 나섰다. 중국이 블랙스톤에 이어 최근 바클레이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으면서 국부펀드에 대한 선진국의 우려가 가시화됐다는 평가다.

미국 재무부의 이코노미스트인 에드윈 트루먼은 "고수익-고위험을 좇는 국부펀드에 대한 보호주의적 반발이 거세질 것"이라며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에 이를 제재할 가이드라인을 만들 것을 촉구했다.



독일과 프랑스도 최근 이에 대한 유럽연합(EU)의 공조를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독일은 중국 국부펀드의 블랙스톤 투자에 자극받아 이에 대항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국부펀드는 적정 수준 이상의 외환을 따로 떼어 투자 자금으로 마련해 놓은 것으로, 주로 석유 수출로 획득한 오일달러나 무역수지 흑자로 발생한 외환보유액 등이 주요 자금원이다.



1950년대 쿠웨이트투자공사(KIA)를 설립하고 싱가포르도 GIC와 테마섹을 통해 20여년 동안 투자에 나서는 등 국부펀드는 최근의 일만은 아니다.

그러나 중국이 1조3000억달러를 웃도는 외환보유액으로 적극 투자에 나서면서 국가 차원에서 이를 방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중국은 블랙스톤에 30억달러를 투입한 데 이어 최근 ABN암로 인수전에 나선 바클레이 지원에 나섰고, 러시아는 내셔널 웰빙 펀드 조성을 위해 1170억달러 마련 계획을 내놨다. 지난해엔 에어버스의 모회사인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의 지분을 매입하기도 했다.


두바이도 지난주 뉴질랜드 오클랜드 국제공항의 주요 지분을 매입키로 했다.

모간스탠리에 따르면 2015년까지 국부펀드의 규모는 12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들의 거대한 규모 뿐만 아니라 투명성 결여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원조 국부펀드의 하나인 아부다비투자공사는 설립 후 30여년 동안 운용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힌 적이 없어 가장 비밀스러운 투자를 한다는 헤지펀드보다도 투자 내용이 불투명하다는 평가다. 따라서 국부펀드에서 파생되는 문제점이 어느 날 갑자기 불거질 수 밖에 없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또 주요 국가의 기업 인수에 나서면서 해당 국가 안보에 대한 우려로 국가간 분쟁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투자 전략에 조금만 변화가 생겨도 자산 가격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되고 금융시장의 불안을 극대화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노르웨이의 국부펀드를 이상적인 모델로 제시하고 있다. 노르웨이는 국부펀드의 보유액을 매년 공개하고 민영기업의 소규모 지분 매입으로 투자를 한정하고 있다.

중국은 서방국가가 지나치게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입장이다. 사회정치연구소의 팡 닝 부소장은 "중국은 해외 투자를 결정할 때 국가 안보에 대한 규정을 강화할 필요는 있지만 미국 등 선진국은 이에 대해 걱정하는 것은 과하다"고 꼬집었다.

한편 일부에서는 채권금리 상승에 대한 우려로 세계 증시가 급락할 때 이들 펀드가 자금원이 될 수 있는 만큼 이를 막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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