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와인 문화가 기대감 주는 건…

김일주 수석무역 사장 2007.07.26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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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칼럼]와인 문화가 기대감 주는 건…


논어에 “학이시습지면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는 말이 있다.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라는 뜻이다.

최근 뜨겁게 불고 있는 와인 열풍을 돌아보며 이 말을 떠올린다. 와인처럼 지식 습득과 함께 체험이 중요한 게 또 있을까 싶어서다.

25년간 주류업계에 몸담아온 필자에게도 와인은 여전히 어려운 존재다. 위스키 중심의 고도주(高度酒)에 관해서는 누구보다 많은 지식이 있다고 자부하지만, 와인은 좀 다르다.



올해 초 와인전문교육기관에서 중급수준의 와인강좌까지 이수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다고 느낀다. 그만큼 와인의 세계는 깊고 넓다.

한때는 ‘이렇게 스트레스 받아가며 와인공부를 해야 하는 건지’ 자문해본 적도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돌아보니 분명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와인은 아는 만큼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제품이기 때문이다.



흔히들 와인을 두고 ‘세상에서 가장 친절하지 않은 술’이라고 부른다. 용어 자체도 낯설 뿐 아니라, 그 종류가 너무 많고, 거기다 제각기 틀린 토양, 품종, 숙성법으로 만들어지는 세계 각국의 와인을 빠짐없이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특히 비즈니스 현장에서는 와인을 잘 알아야 할 필요성이 크다. 그래서 경영인들은 남모를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와인은 어렵지만, 제대로 즐기자면 공부를 해야 한다. 신기하게도 각각의 와인에 담긴 독특한 특성과 역사와 전통을 알아갈수록 예전에는 느껴지지 않던 새로운 향과 맛을 깨닫게 된다. 그런 면에서 와인은 단순한 술이 아니라 문화이고 예술이며 미학이다.


와인문화가 확산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글로벌 비즈니스는 와인 배우기부터 시작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세계화된 오늘날 경제현실에서 와인은 중요한 매개체다.

하지만 최근의 와인 열풍에는 아쉬운 점도 있다. 그동안 우리에게 와인 ‘붐’만 있고 근간이 되는 ‘문화’ 자체는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반성이다. 알고 마셔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것이 와인이지만 일반인도 쉽게 접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이나 제대로 된 정보를 알려주는 기회가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고가 와인 판매비중이 훨씬 높고, 와인마저 폭탄주로 만들거나 과음하는 습관 등은 여전히 문제로 지적된다. ‘문화’가 근간으로 받쳐주지 않으면 최근의 와인 열풍도 한때의 유행으로 떠올랐다 사그라들지 모른다.

필자의 회사는 위스키, 맥주, 와인 등을 함께 취급하는 종합주류회사다. 회사 전체 매출에서 와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이하로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와인문화 확산에 남다른 기대를 걸고 있다.

이미 글로벌 비즈니스의 필수요소로 부상한 와인 열풍에 제대로 동승하기 위해서는 관련 기업에서 문화적 근간이 되는 교육 기회를 많이 마련해야 하고, 소비자도 시간을 내서 공부도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활성화되고 있는 와인 동호회에 참여해서 함께 정보를 나누고 즐겨보는 것도 좋겠다. 필자의 회사도 그러한 변화를 이끌어갈 수 있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와인은 비즈니스 성과를 일궈내는 데도 큰 몫을 하지만 인생의 깊이와 풍요로움, 만남의 즐거움을 배가하는 데도 영향을 준다. ‘취하는 문화’에서 ‘즐기는 문화’로 옮겨가는 긍정적인 변화의 중심에도 와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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