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교를 둘러보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
그 사이 적잖은 변화가 있었다. 그는 탈당을 했고 '시베리아'의 찬바람과 맞섰다. 그리고 어느새 범여권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 물론 1년전이나 지금이나 손 전 지사는 '유력한' 대선주자다. 그의 '입'은 관심의 대상이다. 그러나 '정치 현안'보다는 지난 1년이 더 궁금했다.
텁수룩한 수염, 수수한 작업복과 운동화. 겉은 1년전과 흡사했다. 마치 어제 경북 김천에서 본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뭔가 '다름'이 느껴졌다. 일단 얼굴 표정이 달랐다. 힘들어 보였다. 피곤함이 얼굴에서 묻어났다. 편안함은 그대로였지만 간혹 '고민'의 그늘도 엿보였다.
반면 이번 2차 대장정은 그리 고된 노동이 없다. 기간도 작년의 1/5에 불과하다. 포도 상자를 나르고 수건으로 땀을 훔쳤던 1년전 김천. 첨단생명공학회사 셀트리온을 방문하고 인천대교 건설현장을 둘러보는 지금의 인천. 차이가 존재한다.
이 차이를 고려하면 작년이 더 힘든 표정이어야 했다. 그런데 정반대다. "올해가 훨씬 힘듭니다. 순전히 일만 하고 먹고 자고 개인적으로 민심을 듣고 했던 게 1차 대장정입니다. 이번에는 매일 강연이 있고 계속 사람을 만나죠. 물론 작년에도 사람을 만났지만 일 속에서 만나는 것과 형식을 갖춘 가운데 사람을 만나는 게 차이가 있습니다." 땀과 하는 '소통'과 말로만 하는 소통의 차이, 그는 또하나를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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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한마디 덧붙인다. "일을 하면서 들으면, 감정을 듣고 얘기할 수 있었는데…" '감정을 듣는다'? 표현이 멋지다.
손 전 지사가 주창하는 '실사구시(實事求是)'가 정치인들이 으레 되풀이하는 말로 들리지 않는 이유다. "실사구시 정치는 간단합니다. 국민들 손에 뭔가 하나라도 주는 정치를 하자는 겁니다. 국민들이 얼마나 절실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피부로 느낄 수 있죠."
여기까지는 새로운 게 없다. 손 전 지사가 한발짝 더 나간다. "예컨대 농업 분야의 경우 효율성과 같은 경제 논리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현장에서 배웠습니다. 그 전에 생각했던 것과 다른 것이죠. 지방이 피폐화되고 소외받는 것도 비슷한 예입니다.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것과 다릅니다"
1년만에 그가 또 '대장정'에 나선 까닭이다. 범여권 후보가 된 후에도, 대통령이 된 후에도 민심대장정은 하겠단다. "국민들의 어떤 생활에도 어울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죠" 그에게 '대장정'은 삶의 자양분인 셈이다.
#'NO'도 말한다
'감성'을 쫓다보면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의 유혹을 견뎌내기 어렵지 않을까. '이것을 해 달라'로 외치는 이들의 소리를 과연 외면할 수 있을까. "안 된다"는 말을 하기 어려운 직업이 '정치인'인데…. 게다가 선거도 코앞이다.
"지난해 민심대장정 기간중 특히 농촌지역을 많이 다녔죠. 논밭에서 일하고 고추 따며 들은 얘기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막는데 앞장서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가는 곳마다 그 얘기를 들었습니다.
'여러분들 뜻을 알겠습니다'라고 했으면 그 자리를 피해 갈 수 있었죠. 그런데 그건 책임있는 정치인의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무역개방은 세계적 흐름인데 그것을 거역할 수 없습니다'라고 설득했습니다. 이제 전국의 농민들은 손학규가 한미FTA 찬성론자라는 것을 다 압니다.(웃음)
최근 해군기지 건설을 놓고 논란이 있는 제주에 갔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 지도를 거꾸로 놓으면 제주가 최전방인데 해군기지 건설은 거부할 수 없는 현실 아니냐고요"
#다르거나 혹은 같거나
'대통합' 등 현안이 많았지만 그에게 궁금했던 질문을 던졌다. '반(反) 한나라당 개념이 의미있다고 보는지'. 한나라당 출신인 그가 반 한나라당의 집결체인 범여권의 후보가 될 마음가짐이 있는지 궁금해서였다.
손 전 지사가 "반 한나라당 이런 것 보다 좀더 포지티브(positive)하게 나가야겠죠"라며 슬쩍 피해간다. 대신 '미래세력'이란 말을 꺼낸다.
미래의 반대는 과거. "엊그제 (한나라당 검증) 청문회를 봤듯이 그들은 확실한 과거세력 아닌가요. 5.16 쿠데타에 대한 해석도 그렇구요. 땅 얘기가 많은데 미래는 땅보다 첨단사업에 투자하는 세상 아닙니까" 거침없다. 선진과 평화를 지향한 미래세력의 집권. 이 얘기를 할 때 눈이 반짝인다. 이 역시 1년전과 다르지 않은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