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대장정 1年 '같거나 혹은 다르거나'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2007.07.24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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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대교를 둘러보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인천대교를 둘러보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사진)와 하루를 함께 했다. 지난 7월1일부터 2차 민심대장정을 진행중인 그의 인천 방문길에 동행한 것. 지난해 경기지사 퇴임 직후부터 100일 민심대장정을 진행하던 8월초, 그의 경북 김천 일정에 하루 '꼽사리'를 끼어든 이후 만 1년만이다.

그 사이 적잖은 변화가 있었다. 그는 탈당을 했고 '시베리아'의 찬바람과 맞섰다. 그리고 어느새 범여권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 물론 1년전이나 지금이나 손 전 지사는 '유력한' 대선주자다. 그의 '입'은 관심의 대상이다. 그러나 '정치 현안'보다는 지난 1년이 더 궁금했다.



#같거나 혹은 다르거나…

텁수룩한 수염, 수수한 작업복과 운동화. 겉은 1년전과 흡사했다. 마치 어제 경북 김천에서 본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뭔가 '다름'이 느껴졌다. 일단 얼굴 표정이 달랐다. 힘들어 보였다. 피곤함이 얼굴에서 묻어났다. 편안함은 그대로였지만 간혹 '고민'의 그늘도 엿보였다.



왜일까. 1년전 1차 대장정과 이번의 대장정은 일정이 다르다. 지난해 그는 농촌 지역을 훑으며 온갖 '노동'을 했다. '쇼'라는 비난을 하든 말든 '땀'을 흘렸다.

반면 이번 2차 대장정은 그리 고된 노동이 없다. 기간도 작년의 1/5에 불과하다. 포도 상자를 나르고 수건으로 땀을 훔쳤던 1년전 김천. 첨단생명공학회사 셀트리온을 방문하고 인천대교 건설현장을 둘러보는 지금의 인천. 차이가 존재한다.

이 차이를 고려하면 작년이 더 힘든 표정이어야 했다. 그런데 정반대다. "올해가 훨씬 힘듭니다. 순전히 일만 하고 먹고 자고 개인적으로 민심을 듣고 했던 게 1차 대장정입니다. 이번에는 매일 강연이 있고 계속 사람을 만나죠. 물론 작년에도 사람을 만났지만 일 속에서 만나는 것과 형식을 갖춘 가운데 사람을 만나는 게 차이가 있습니다." 땀과 하는 '소통'과 말로만 하는 소통의 차이, 그는 또하나를 배웠다.
손학규, 대장정 1年 '같거나 혹은 다르거나'
#'감정을 듣는다'


그가 한마디 덧붙인다. "일을 하면서 들으면, 감정을 듣고 얘기할 수 있었는데…" '감정을 듣는다'? 표현이 멋지다.

손 전 지사가 주창하는 '실사구시(實事求是)'가 정치인들이 으레 되풀이하는 말로 들리지 않는 이유다. "실사구시 정치는 간단합니다. 국민들 손에 뭔가 하나라도 주는 정치를 하자는 겁니다. 국민들이 얼마나 절실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피부로 느낄 수 있죠."



여기까지는 새로운 게 없다. 손 전 지사가 한발짝 더 나간다. "예컨대 농업 분야의 경우 효율성과 같은 경제 논리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현장에서 배웠습니다. 그 전에 생각했던 것과 다른 것이죠. 지방이 피폐화되고 소외받는 것도 비슷한 예입니다.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것과 다릅니다"

1년만에 그가 또 '대장정'에 나선 까닭이다. 범여권 후보가 된 후에도, 대통령이 된 후에도 민심대장정은 하겠단다. "국민들의 어떤 생활에도 어울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죠" 그에게 '대장정'은 삶의 자양분인 셈이다.

#'NO'도 말한다



'감성'을 쫓다보면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의 유혹을 견뎌내기 어렵지 않을까. '이것을 해 달라'로 외치는 이들의 소리를 과연 외면할 수 있을까. "안 된다"는 말을 하기 어려운 직업이 '정치인'인데…. 게다가 선거도 코앞이다.

"지난해 민심대장정 기간중 특히 농촌지역을 많이 다녔죠. 논밭에서 일하고 고추 따며 들은 얘기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막는데 앞장서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가는 곳마다 그 얘기를 들었습니다.

'여러분들 뜻을 알겠습니다'라고 했으면 그 자리를 피해 갈 수 있었죠. 그런데 그건 책임있는 정치인의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무역개방은 세계적 흐름인데 그것을 거역할 수 없습니다'라고 설득했습니다. 이제 전국의 농민들은 손학규가 한미FTA 찬성론자라는 것을 다 압니다.(웃음)



최근 해군기지 건설을 놓고 논란이 있는 제주에 갔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 지도를 거꾸로 놓으면 제주가 최전방인데 해군기지 건설은 거부할 수 없는 현실 아니냐고요"

#다르거나 혹은 같거나

손학규, 대장정 1年 '같거나 혹은 다르거나'
'민심대장정'에서 접한 민심이 1년전과 다른지 물었다. 정치에 대한 불신은 똑같다고 했다. 자연스레 '정치' 얘기를 하게 됐다.



'대통합' 등 현안이 많았지만 그에게 궁금했던 질문을 던졌다. '반(反) 한나라당 개념이 의미있다고 보는지'. 한나라당 출신인 그가 반 한나라당의 집결체인 범여권의 후보가 될 마음가짐이 있는지 궁금해서였다.

손 전 지사가 "반 한나라당 이런 것 보다 좀더 포지티브(positive)하게 나가야겠죠"라며 슬쩍 피해간다. 대신 '미래세력'이란 말을 꺼낸다.

미래의 반대는 과거. "엊그제 (한나라당 검증) 청문회를 봤듯이 그들은 확실한 과거세력 아닌가요. 5.16 쿠데타에 대한 해석도 그렇구요. 땅 얘기가 많은데 미래는 땅보다 첨단사업에 투자하는 세상 아닙니까" 거침없다. 선진과 평화를 지향한 미래세력의 집권. 이 얘기를 할 때 눈이 반짝인다. 이 역시 1년전과 다르지 않은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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