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믿지 못하는가…" =현재 SC제일은행의 임원은 모두 48명이다. 이중 교포 등 외국 국적 소유자를 제외한 순수 외국인은 60%가 넘는다. SC그룹의 글로벌 스탠더드 정책을 적용하기 위해 글로벌 본부에서 파견한 인력들이다. 또 2005년 80여명에 불과하던 전문계약직도 현재 250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기존 제일은행 출신들은 소외되고 있다며 서운함을 감추지 않고 있다.
소외감은 커졌으나 커뮤니케이션은 원활치 않다. 매일 글로벌 본부 및 외국인 임원들과 영어로 의사소통하는데 직원들이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 한 내부 소식통은 "영어가 글로벌 시대를 맞아 필수적인 것은 맞다"며 "그러나 현재 영어가 부족한 직원들은 수시로 외국에서 날아오는 e메일 처리에 본업을 뒤로 미룰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4월 통합1주년을 맞아 마련한 기자간담회에서 필메리디스 행장이 "한국어는 은행 내 공식어로 정해진 것이기 때문에 영어 때문에 기회를 박탈당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 것과 상반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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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스탠더드 갈등 =이같은 문제는 최근 노사갈등으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최근 SC제일은행 노조는 두달 넘게 본점 로비에 천막을 설치하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은행이 '클러스터 매니저'(CM)제도라는 생소한 관리제도를 도입해 CM이 영업점 직원들에 대한 성과 및 인사평가권을 행사하도록 한 것이 화근이 됐다. 노조는 이것이 한국적 영업현실에 안맞는 것이라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으나 사측은 꼭 필요한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입장이어서 접점을 찾기 어려운 국면이다.
↑지난해 SC제일은은행장이 맞잡았다던 노조와의 손은 다시 떨어졌는가.
지난 5일 임단투 승리결의대회를 가진 SC제일은행 노조.
지난 5일 임단투 승리결의대회를 가진 SC제일은행 노조.
기존 직원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국내 은행들의 소매영업 조직이 지점장을 중심으로 다져진 팀워크를 중시해왔다는 점을 간과한 일방적 조치라는 주장이다. 특히 일선에 배치된 영업장교인 지점장의 고유권한이 대폭 약화된 만큼 사기가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노조는 "전국 306개 영업점포를 사실상 34개로 줄이는 것과 다름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은행 측은 이같은 제도가 영업점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공평한 인사평가제도를 정착시키는데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외에도 1년 전 "노사가 손을 맞잡았다"는 행장의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노사의 신뢰는 금이 갔다. 노조는 지난해 10월 노사 합의 사안인 △본점 조직 축소 △영업인력 확충 △영업점포 확대 △임원 축소 및 국내 임원비율 확대 등 약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당시 노사는 196개 본점조직을 올연말까지 120개로 줄이고, 매년 200명씩 영업인력을 확충하며 약 40 -50개씩 점포를 매년 늘리기로 했었다.
SC제일은행 노조관계자는 "스탠다드차타드그룹이 인수한 후 2년 연속 국내 은행 최하위의 실적을 올리며 낙후된 경영능력을 여실히 노출했고, 더구나 은행으로서의 고유기능마저 상실해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