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규모, 생산성 뒷걸음질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154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SC제일은행이 올해 1분기중 기록한 순이익은 1128억원. 지난해 실적과 비교할 때 괜찮은 출발처럼 보인다. 그러나 시장에서 함께 경쟁하고 있는 다른 플레이어들과 비교해 볼 때 상대적으로 큰 차이가 난다. 지난해 2조4721억원의 순이익을 올린 국민은행은 지난 1분기에만 1조182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고, 우리은행과 신한은행도 각각 8000억원대의 분기 순익을 올렸다.
올 3월말 총수신 규모는 39조9363억원에서 지난해 3월말에 비해 33조4359억원으로 6조5004억원이 줄었다. 원화예수금 2조8404억원, 양도성 예금증서 3조7266억원 등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총여신의 경우 기업여신 확대에 힘입어 전년 동기대비 1조4555억원이 늘었지만 가계부문 여신은 오히려 2422억원이 줄었다.
이에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다른 은행보다 상대적으로 자산규모가 작은 SC제일은행이 치열한 시장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조직의 생산성을 높여야한다"며 "통합 2년이 지났지만 아직 이렇다할 SC제일은행의 특색이나 주력상품이 없다는 점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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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금리대출 치중, 시중은행 맞아?" =국민은행 등 빅4중심의 은행경쟁 속에서 SC제일은행은 빅4은행의 영업마당을 공격적으로 파고들지 않고 상대적으로 신용이 낮은 고객층을 고리상품으로 공략하는 우회전법을 써왔다. 틈새공략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시중은행답다고 여길만한 대표급 상품이 없어지는 결과를 초래, 일반고객의 시야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게 직원들 생각이다. HSBC가 지점망 적은 핸디캡을 온라인예금 HSBC 다이렉트 등으로 일반고객을 파고드는 것과 대조적이다.
예를 들어 SC제일은행은 담보가 부족하고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중소기업 분활상환대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여기에 대해 노조 측은 은행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사실상 '고리대금업'을 하고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은행원으로서 정체성 혼란이 생기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노조 관계자는 "경영진이 전 지점에서 상황이 어려운 중소기업에게 이자율이 20%가 넘는 고금리 상품을 주력상품으로 팔게 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사회적인 물의 뿐 아니라 직원들과 고객간 마찰을 야기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SC제일은행의 가중평균 대출금리가 17.44%에 달해 고리대금업과 다를 바 없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은행측은 "금리가 높은 것은 사실이나 이 상품을 이용하는 중소기업은 다른 대안이 없는 곳들"이라며 "은행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금리를 높게 책정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즉 자금이 급한 기업들이 대부업체를 찾지 않고 1금융권을 통해 대출을 받으려면 이정도 이자율은 무리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같은 상대적 저신용자 공략전략은 소매금융에서도 마찬가지다. 노조관계자에 따르면 SC그룹은 최근 대부업 자회사로 설립한 한국PF금융에 200억원을 대출했다. 은행대전의 한복판인 신용카드에 대한 대응도 미지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