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기금 운용주체 갈등 재점화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2007.07.04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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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책과 조율 필요' vs '가입자 이익이 최우선'

재정안정을 목적으로 한 국민연금 개혁과제가 매듭되면서 국민연금 기금 운용체계 개편 논의도 본격화되는 가운데 국민연금 기금의 운용주체를 둘러싼 갈등이 가시화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기금운용이 거시경제 정책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경제부처에게 맡겨야 한다는 주장과 제도운영과 기금운용을 분리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팽팽하다.



앞으로 기금운용공사 설립 움직임이 구체화될 수록 기금운용 주체에 관한 해묵은 논쟁은 가열될 전망이다.

"경제정책과 조화돼야"=포문은 장병완 기획예산처 장관이 열었다. 장 장관은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통과된 다음날인 4일 "복지부는 국민연금 자산운용 주체로 맞지 않다"고 말했다. 또 "복지부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운 만큼 떼어내는게 좋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장 장관의 이런 발언은 경제부처가 국민연금 기금을 바라보는 일반적인 시선이기도 하다. 대국민 복지서비스에 정책 중심을 두는 복지부 보다는 국가경제 정책을 조율하는 재경부가 운용책임과 권한을 행사하는게 경제발전 및 안정에 도움을 준다는 논리다.

적립금 규모가 천문학적으로 커져가는 점도 '경제부처 운용론'의 근거가 되고 있다. 기금 적립액이 2035년 최대 1715조까지 늘어나는데 따른 경제적 파장을 고려할 때 기금운용과 경제정책 기조와의 조화가 보다 절실히 요구된다는 것이다.

안종범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금운용이라는 근본적 성격과 앞으로 엄청나게 늘어나는 기금이 경제전체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면 경제부처에게 맡기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경제부처에서는 기금운용 방식을 원래 자리로 되돌려 놓게 된다는 의미도 부여한다. 88년 국민연금 도입 때는 기금운용 책임이 재경부에 있었지만 외환위기가 한창인 99년 IMF가 구제금융의 전제조건으로 기금운용 주체 변경을 요구해 복지부로 이관됐었다.

"가입자 이익이 우선돼야"=국민연금 제도 전반을 관장하는 복지부는 새삼스러울게 없다는 반응이다. 모 간부는 "타부처 장관이 남의 부처 업무를 직접 거론하는게 마땅치는 않지만 장 장관의 평소 소신을 원칙적으로 밝히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지난 2004년 국민연금 기금운용 거버넌스 개편을 위한 국회 논의 과정에서 그 부분은 이미 일단락됐다는 입장이다.

당시 정부·여당 수정안대로 기금운용에 있어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 소속은 복지부로 두되, 정책협의회 틀안에서 경제정책과의 조화를 꾀하면 된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또 기금운용위원장을 민간전문가에게 맡기도록 돼 있어 경제부처에서 걱정하는 대로 복지부의 일방통행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한다.



복지부는 기금운용 주체를 경제부처에게 넘기는데는 확실한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다. 기금운용의 최대 목적인 국민연금 가입자의 이익 확대가 아닌 경제정책 필요에 따라 기금운용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복지부 관계자는 "경제부처가 좌지우지 하게 된다면 국민들의 노후보장을 위한 사회적 제도인 국민연금이 경제정책적 수단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적으로 바라봤다.

노인철 전 국민연금연구원장은 "복지부가 제도운영과 급여비 지출을 책임지고 있는데 국민이 맡긴 돈을 운용하는 책임을 경제부처에 맡길 경우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지는 등 단점이 더 많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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