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지배구조 개편 급류타나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2007.07.03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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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공사설립 추진.. 운용주체-타당성 논란

3일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몸집이 불어나고 있는 국민연금기금 운용의 '거버넌스' 개편 논의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거버넌스 전환의 전제 조건인 국민연금법 개정이 마무리된 것을 계기로 기존 국민연금관리공단 내 기금운용본부 체제의 전면적인 수술에 착수할 방침이다.



정부는 기금운용본부를 대신할 조직으로 별도의 기금운용공사 설립을 구상 중이다. 이를 통해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던 투자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공사 사장은 복지부 장관이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토록 하는 안이 유력시 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독립성과 전문성, 대표성이라는 3대 원칙을 조화시켜 거대화되고 있는 기금의 운용의 수익성과 책임성을 높이는데 주안점을 두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금운용의 방향을 결정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를 상설기구화 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운용위원들은 현재 21명에서 15명으로 대폭 줄여 의사결정의 효율성을 높이기로 했다. 국민연금의 공익적 성격을 고려해 이중 가입자단체 몫으로 8명이 배정할 방침이다.

현재는 기금운용위원이 21명이나 되지만 일년에 수차례 열리는 회의마저도 참석률이 50~60% 밖에 되지 않는데다 전문성이 부족해 대부분의 안건이 정부측 의도대로 처리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공사화가 되면 채권위주의 '안정지향적' 투자에서 국내외 주식과 해외·대체투자 확대로 수익률을 높이겠다는 국민연금의 기금운용방향과도 부합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조직법의 영향을 받는 현재 연금공단 산하 조직 구조로는 유능한 민간 펀드매니저들을 끌어올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지만 공사 체제에서는 급여 및 인센티브 범위가 크게 확대돼 최고수준의 민간전문가 영입이 자유로워진다는 장점이 있다.

이미 내년에 국내외 주식 투자가 60조원으로 확대되고, 2012년에는 기금적립액의 30% 이상으로 주식투자 비중이 확대되도록 중기 자산배분안이 짜여져 있는 점을 고려할 때 현재보다 수준높은 전문가에 의한 운영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공사화 논의가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기금운용의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는 '대명제'에는 모두들 동의를 하지만 운용주체 및 공사 전환 타당성 논란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정부 내에서도 복지부가 아닌 외환위기 이전처럼 경제부처인 재경부가 주도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의견이 경제관료를 중심으로 대두되고 있다. 기금운용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복지부 보다는 경제부처가 보다 전문적일 수 있다는 관점에서다.

아직까지 국민들의 노후생활 보장을 위해 미리 낸 보험금을 정부가 대신 관리하는 특성상 현재처럼 복지부가 주도하는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다수를 점하고는 있다. 하지만 거버넌스 개편이 본격화되면 한번은 거쳐야할 관문이 될 전망이다.



또 별도 공사 체제에서 정부의 관여 범위에 대한 논란도 여전하다. 일부에서는 공적기금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관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부 간섭을 배제한채 전문가에게 일임한뒤 차후 성과만 평가토록 하자는 의견도 상당하다.

공사화가 최적의 대안이냐는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하는 그룹도 존재한다. 이들은 정부기구를 하나 늘이기 보다는 현 체제를 효율적으로 개편하는게 더 올바른 방향이라고 주장한다. 연금공단도 기구축소를 우려해 공사화를 반기지 않고 있다.

복지부 간부는 "조속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거버넌스 개편을 위한 후속 법개정을 추진할 것"이라며 "하지만 대선이 임박한 정치권 일정상 거버넌스 문제는 차기 정부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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