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 금리 66% 온상속 수익 노다지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07.06.21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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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업에 대한 오해와 진실](중)

 대부업은 과거 사금융·사채시장 영역에서 벗어나 기업형 금융업으로 자리잡았다. 기업형 대부업의 역사는 외환위기 이후 시작됐다. 이후 약 10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대부업은 단맛과 쓴맛을 고루 맛봤고 지금 또다른 황금기를 구가하고 있다. 자금조달 비용이 낮은 일본계를 중심으로 법정금리 66%의 온상 속에서 마음껏 돈벌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위기에서 살아남은 자에게 대가로 주어진 돈방석이라기엔 너무 과분한 것이 사실이다. 현실을 법이나 제도가 쫓아가지 못한 탓이나 단순히 대부업 최고금리만 낮춘다고 될 문제는 아니다. 그보다는 연체율에 따라 금리 높낮이가 달라지는 시장원리가 지켜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부업 수익구조를 짚기에 앞서 1999년 이후 굴곡을 거쳐 또다른 황금기에 이른 대부업시장의 현실을 개괄적으로 정리한다.



# 1999∼2003년, 짧은 활황과 깊은 암흑기

 구멍가게 수준이었던 대부업체들이 본격적인 기업체의 모습을 갖춘 것은 외환위기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1999년부터다. 중소업체가 주종을 이루던 대부업시장에 대규모 자금으로 무장한 일본계 업체들이 하나둘 등장,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 양상을 나타냈다.



대부업, 금리 66% 온상속 수익 노다지


이들 대부업체의 가장 큰 활황기는 최고금리를 66%로 정한 대부업법이 제정된 2002년 전후다. 특히 신용카드 돌려막기가 횡횡하던 시절 업계 1위인 아에루(AEL, 현 아프로) 계열사의 대출잔액은 1조원을 넘을 정도었다.

수익성도 상당했는데 아에루 주축 계열사 가운데 하나인 해피레이디는 납입자본금의 100배가 넘는 순이익을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2002년말 신용위기가 본격적으로 불거지자 대부업체에도 타격이 왔다. 법정 대출금리는 연 66%로 높은 편이었지만 전체적으로 대출부실률이 급격히 상승하니 이를 감당하기 어려웠고 또다른 자금압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시작됐다. 대부업체에도 돌려막기가 횡횡했는데 여러 업체에서 대출받은 다중채무자에 대한 정보가 없었기 때문이다.


업계 1위인 아에루 역시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회사를 매각하기에 이른다. 당시 대다수 대부업자들은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합법과 불법을 가리지 않고 수백퍼센트에 달하는 대출금리를 적용하거나 악질적인 채권추심에 나서기 시작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쩐의 전쟁'의 원작도 이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 2004∼2006년, 황금기 맞은 '쩐의 전쟁'

 하지만 암흑기에서 살아남은 대부업체들이 하나둘 회생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대부업체들은 여전히 부실채권과 연체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우량고객이 유입되며 신규대출이 호조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배드뱅크, 신용회복위원회 등 신용불량자를 걸러주는 사회장치가 마련됐고 돌려막기를 원천봉쇄할 수 있는 개인신용평가(CB)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대부업체는 신용위기를 겪으며 대출심사 노하우가 생겼고 대출고객 역시 신용위기를 견딜 정도로 경제적 생존력이 있었기 때문에 연체가 적었다.

 따라서 2004년 이후 기업형으로 분류되는 100억원 이상 대출규모를 가진 업체의 한달 이상 연체율은 3%를 넘지 않았다. 하지만 대출금리는 연체율과 무관하게 연 66%로 고정됐기 때문에 대출은 곧 수익으로 연결됐다. 연체율에 따라 금리가 결정되는 시장경제가 대부업시장에서만은 예외로 작용한 것이다.

 따라서 이 기간 대부업체들은 안전한 자리에서 편하게 영업하고도 상당한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그 결과 실탄이 충분해져 마케팅이 확대됐고 이는 또다시 고객유입으로 이어졌다.

 대부업계 1위이자 '무이자' 광고로 귀에 익은 아프로그룹이 대표적이다. 신용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진 아에루그룹이 전신인 아프로그룹은 8개 대부업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으며 순이익만 연간 1000억원에 달한다. 재일교포들의 자금으로 운영되며 유명 연예인을 대거 기용한 TV CF를 처음으로 시작한 곳이기도 하다.

 일본계 업체로 업계 2위인 산와머니도 지난해 900억원에 육박하는 순이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업체로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리드코프 역시 지난해 6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리드코프는 원래 유류 유통을 주력으로 하는 동특이라는 제조업체였는데 2003년 서울시에 대부업 등록을 한 뒤 성장을 거듭, 전국적인 영업망을 보유하고 있다.

 대출잔액 10억원 전후의 소형 대부업체나 불법사채로 불리는 비등록 업체 중에도 꾸준히 성장한 곳들이 많다. 영업노하우가 없거나 큰 규모의 대출부실로 타격을 입지만 않았다면 영업규모의 위축은 경험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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