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회장 "장기·투자자 중심=경영의 힘"

머니투데이 박영암 기자 2007.06.18 10:36
글자크기

[한국증시 파워10인]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인터뷰

"자본시장에서 항상 조연을 자처해 왔는데 주연인 투자자들보다 관심을 더 받게되니까 매우 부담스럽네요."

박현주 회장 "장기·투자자 중심=경영의 힘"


박현주(사진)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18일 창간 6주년을 맞아 본지가 증시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증시를 움직이는 파워 10인' 설문조사에서 1위로 선정된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 무한한 영광이지만 묵묵히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헌신하는 분들에게 송구할 뿐"이라며 "주연은 투자자들이며 저는 장기적인 안목의 투자를 조언한 조연에 불과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 회장은 "앞으로도 자본시장의 발전을 위해 항상 고민하고 보다 많은 일을 해달라는 격려의 메시지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지난해 설문조사에서는 3위에 그쳤지만 올해는 2,3위와 상당한 격차로 1위에 선정됐다. 올해 수익률 최상위권을 달리는 23조원 규모의 미래에셋 주식펀드의 선전과 해외시장에 한발 앞서 진출한 후 외국계보다 양호한 수익률을 올리고 있는 점 등이 '최고 파워맨' 등극에 일조했다는 게 설문응답자들의 공통된 평가다.

자본시장의 영원한 '조연' ...'투자자 주연' 항상 의식



- 올해 미래에셋펀드가 수익률 최상위권을 달리고 있습니다. 올해 좋은 수익률을 내는 특별한 비결은 무엇입니까.

▶ 여러 원인이 있지만 크게 2가지만 말씀 드리겠습니다. 우리는 항상 남들보다 한발 앞서 사고하고 움직입니다. 올해 국내증시의 활황을 예상하고 연초 젊은 세대로 운용본부를 개편했습니다. 주식운용본부장급을 40대에서 35~38세로 세대교체했습니다. 오랜 운용 노하우를 갖고 있는 손동식 부사장 등이 중심축을 잡아주고 있지만 실제 매매의 중심은 젊은 펀드매니저에게로 넘어갔습니다. 30대중반의 펀드매니저들이 강세장에서 좋은 수익률을 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입니다.

또한 우수인력확보에 과감히 투자하고 있다. 미래에셋의 운용인력과 리서치 인력은 국내최고 수준입니다. 미래에셋은 자산규모가 크기 때문에 다른 운용사들과 똑같이 매매하면 수익률 경쟁에서 이길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수 인력을 뽑아 '3년앞을 내다보는 종목'을 발굴, 고객자산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런 투자의 결실중 하나가 '현대중공업'입니다. 지난해 다소 고전했지만 '3년장기투자' 원칙을 고수했기에 올해 강세장에서 미래에셋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었습니다.


- '이것이 바로 미래에셋'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경영철학은 무엇입니까.

▶ 미래에셋의 경영철학은 주지하듯이 '기본에 충실하자' 입니다. 이것에는 몇가지 의미가 담겨져 있습니다. 그 중 첫번째가 '고객중심주의'입니다. '고객중심주의'는 10년전 미래에셋을 창업한후 지금까지 한결같이 고수하는 원칙입니다. 운용전략을 포함해서 미래에셋의 모든 경영의사결정의 판단기준입니다. '고객중심주의'원칙을 지키다 보면 일시적으로 회사가 불이익을 입을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투자자들부터 신뢰를 얻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조직구성원에 대한 존중'과 '사회 기여'도 미래에셋의 중요한 기업철학입니다. 미래에셋증권 주식을 임직원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나눠져 회사에 대한 기여를 물질적으로 보상했습니다. 적어도 4000억원 이상의 자본차익을 임직원이 공유했습니다. 또한 장학사업 등 다양한 방식으로 투자자와 사회에서 받은 혜택을 되돌려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금융업 = 인재싸움....우수 인력확보에 투자 아끼지 않아

- 최근 신입과 경력사원을 많이 뽑고 있습니다. 회장님의 인재관을 들려주십시오.



▶ 정직을 가장 중요한 체용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금융산업이 바로 인재산업이기 때문입니다. 한명의 직원이 수천명을 먹여살릴 수도 있지만 반대로 회사를 망하게도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몇년전 수백년 역사의 외국계 금융그룹이 단 한명의 직원에 의해 하루아침에 망하는 것을 목도했습니다.

공자는 '見利思義’(견리사의)라는 말을 강조했습니다. 이익이 눈앞에 있으면 먼저 올바른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봐라는 의미죠. 언제나 올바름이 함께하는 정직하고 지혜로운 인재야말로 글로벌 시장에 적합한 인재라고 생각합니다.

그 다음으로 '열정'을 가진 사람을 좋아합니다. 어떤 조직이나 끊임없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자발적으로 일을 찾아나서는 열정이 넘치는 직원들이 많아야 합니다.



- 홍콩 싱가포르 베트남 인도에 이어 런던까지 진출했습니다. 미래에셋의 글로벌 성장전략에 대해 소개해 주십시오.

▶ 1단계 국제화 목표는 국내투자자에게 미래에셋이 운용하는 해외펀드를 제공하는 것이었습니다. 즉 미래에셋이 인도 중국 등에 투자하는 해외펀드를 설정, 국내투자자에게 판매하는 것이 1차 목표였습니다.

급성장하는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성장과실을 국내투자자들도 누리게 하자는 취지였습니다. 3년전 수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시작한 해외투자가 이제 막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수탁액은 7조원이 넘었고 수익률도 외국계보다 양호합니다.



올해말부터는 2단계 전략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1단계 전략은 그대로 이어가면서도 동시에 미래에셋의 주력펀드를 해외투자자에 판매하는 2단계 국제화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박현주 회장 "장기·투자자 중심=경영의 힘"
- 2단계 국제화 전략을 좀 더 부연설명해 주시죠.

▶ 미래에셋의 국내 대표펀드인 인디펜던스 , 디스커버리 등을 룩셈부르크 등지에 설정한후 이를 미국 유럽 홍콩 등지에 판매한다는 계획입니다. 미국 유럽 홍콩 등의 투자자들에게 미래에셋을 통해 한국증시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입니다.

1단계 국제화전략을 통해 미래에셋이 글로벌시장에서도 양호한 성과를 올릴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이같은 전략을 구상한 것입니다. 먼저 홍콩 싱가포르 중국 인도 등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미래에셋펀드를 판매할 예정입니다. 이후 경험이 축적되면 유럽과 미국시장에도 진출할 방침입니다.



해외펀드 진출이 가장 성공한 결단...외국계보다 인력 시스템 '우월'

- 자산운용업계 최초로 해외시장을 개척했는데 개인적으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 3년전 해외증시에 진출하겠다고 하자 주변에서 모두 말렸습니다. 경험이 없는 해외에서 실패할 경우 어렵게 쌓아올린 국내기반도 한순간에 잃을 수 있다고 반대가 심했습니다.



하지만 반도체 조선 자동차 등 제조업체가 세계시장에서 '1등'이 되었듯이 자산운용업에서도 세계최고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며 용단을 내렸습니다. 국내자본도 제조업체처럼 해외에서 달러를 벌어올 수 있다는 확신아래 해외진출을 밀고 나갔습니다. 결국 어렵게 결정한 3년간의 해외시장 운용경험은 미래에셋의 큰 자산이 되었습니다. 또한 지난 3년동안 미래에셋은 해외증시에서 3조원 가량을 벌어들일 수 있었습니다.

특히 외국계 자산운용사처럼 기존 펀드에 재투자하는 '펀드오브 펀드'가 아니라 직접 주식을 운용한 것은 미래에셋 뿐만 아니라 자산운용업계에도 도움이 되는 결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해외증시 운용경험이 축적되면서 미래에셋의 해외펀드는 이제 외국계의 역외펀드보다도 훨씬 안정되고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습니다.

- 그럼 최근 국내시장에 경쟁적으로 진출하고 있는 해외 대형 자산운용사와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다는 얘긴가요.



▶ 그렇습니다. 우리는 3년전 해외시장에 진출하면서 외국계와 경쟁을 염두에 뒀습니다. 당시 외국계와 경쟁해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우리의 주장을 귀담아 듣지 않았지만 이제 상황은 크게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해외경험과 운용인력의 우수성 그리고 미래에셋의 체계적인 운용시스템 등이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외국계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한두명이 한국과 아시아태평양지역 투자를 담당하는 외국계보다 미래에셋이 더 낫다고 자부합니다. 앞으로 확실한 비교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 우수인력 확보와 운용시스템 구축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방침입니다.

- 시장 영향력이 커질수록 이에 상응하는 책임도 요구받고 있습니다.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미래에셋그룹 회장으로 어떤 복안을 갖고 있나요.
▶ 앞에서도 말했듯이 금융산업은 인재가 제일 중요합니다. 국내외에서 외국인들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우수 인력을 육성하는데 적극 투자할 방침입니다. 현재 진행중인 글로벌장학생 프로그램도 그러한 맥락에서 아무런 조건없이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매년 30명씩 앞으로 10년간 300명의 장학생을 선발, 해외를 견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또한 이들이 방학을 이용해서 미래에셋의 글로벌 네트워크에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방침입니다.

기업투자와 기업가 정신의 부활이 한국증시 지속 상승 담보

- 한국증시가 2000을 넘어 3000, 4000을 돌파하기 위해 가장 시급히 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글로벌 경쟁력을 구비한 기업들이 지금보다 훨씬 많이 등장해야 합니다. 전세계 투자자들은 투자 매력이 큰 시장을 선택할 수 밖에 없고 매력적인 투자시장으로 인정받으려면 결국 글로버 경쟁력을 구비한 기업과 업종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국내기업들은 글로벌 경쟁력을 한단계 끌어올리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를 해야 합니다. 배당을 늘리거나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도 주주입장에서는 도움이 되는 방법이지만 기업들의 끊임없는 투자와 기업가 정신의 부활을 통한 핵심 경쟁력의 창출이 한국 경제와 한국증시의 지속적인 발전을 담보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적어도 10년 이상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산업과 기업을 육성하는 것이 한국증시 발전을 위해서 필요합니다. 특히 환경 우주 바이오 에너지 등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기업의 출현이 기대됩니다.

물론 기업지배구조의 개선과 투명성 제고도 한국증시 발전에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구재상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도 이번 조사에서 14위에 선정됐습니다. 어떻게 생각합니까.
▶ 좀 더 높은 순위로 나왔어야 하는데 아쉽습니다. 구 사장은 20년~30년만에 한번 나오는 아주 뛰어난 펀드매니저이자 최고경영자라고 생각합니다. 펀드매니저로서 구 사장의 능력은 아주 탁월합니다. 지금까지 구 사장과 20년 가까이 함께 일해오면서 둘이 같이 의견을 공유한 시황관은 한번도 틀려본 적이 없었습니다.

경영자로서도 아주 높게 평가합니다. 해외증시에 진출한 이후 가끔씩 해외시장과 해외산업계 동향을 구 사장에게 얘기하면 국내현실에 응용, 미래에셋이 다른 운용사보다 항상 한두발 앞서 나갈 수 있도록 잘 이끌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구 사장과 같이 일할 수 있는 것을 인생의 큰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