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펀 한마디에 금리 5년래 최고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07.06.13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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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금리 급등-주가 급락, 영향력 여전

그린스펀의 말 한마디에 채권 금리가 급등하고 증시가 무너졌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은퇴 후에도 여전히 금융 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

12일(현지시간)은 그린스펀의 이러한 영향력이 건재함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날이었다. 그린스펀 전 의장의 말 한마디에 미국 국채 금리가 5년래 최고치로 급등하고 뉴욕 증시가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을 쳤기 때문이다.



◇ 그린스펀 "美 국채금리 더 상승한다"

그린스펀은 이날 뉴욕에서 열린 상업모기지증권협회(CMSA) 컨퍼런스에 참석 "미국 국채 금리가 더욱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그는 "이머징마켓 채권 프리미엄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돼 미국 국채 매도를 촉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린스펀은 "중국의 미 국채 대량 매도는 인수 주체가 없기 때문에 우려할 이유는 없다"고 진정시켰다.

그러나 그는 글로벌 유동성 붐이 계속 지속될수는 없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역사적으로 이머징 마켓 채권의 낮은 프리미엄은 지속될 수 없기 때문에 상승하기 시작할 것이며,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도 같이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린스펀은 "냉전후부터 지속돼온 국제 유동성 붐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유동성이 지속되는 동안 마음껏 즐겨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그린스펀 전 의장은 중국의 경제와 증시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던졌다. 그는 "중국의 높은 경제성장률은 지속될 수 없고 주가수익율(PER)이 너무 높다"고 진단했다.

◇ '그린스펀 효과' 채권 금리 급등



그린스펀의 이 같은 발언은 채권 시장에서 금리(수익률)의 상승세 촉발시켰다. 10년만기 미 재무부 채권 수익률은 오후 5시 19분 현재 전날보다 0.12%p 오른 연 5.2844%를 기록했다.

수익률은 한때 5.303%를 기록, 지난해 6월 28일 이후 처음으로 FRB의 익일불 대부(overnight loan) 금리 상한선 목표를 넘어섰으며, 지난 2002년 5월 5.32%를 기록한 이후 5년래 최고치다.

◇ 증시는 곤두박질



그린스펀의 영향력으로 미국 국채 금리가 5년래 최고치로 급등하자, 반대로 증시는 곤두박질쳤다.

금리가 오르면 기업 수익이 감소하고 무엇보다 미국 증시의 기폭제로 작용했던 기업 인수·합병(M&A)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우려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알레지언트 자산운용의 펀드매니저인 마이클 샌텔레는 "금리 방향이 증시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면서 "인플레이션이 금리 상승의 요인이 된다면 증시에는 좋지 않은 징조"라고 설명했다.



이날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129.95포인트(0.97%) 하락한 1만3295.01을 기록했다. S&P500지수도 1.07% 하락했으며, 나스닥지수도 0.87% 떨어졌다.

재임시 '경제대통령'으로 불렸던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은 현직에서 물러난지 1년도 넘었지만 아직까지 그의 말 한마디에 전세계 금융시장이 출렁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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