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500 사장님의 '당구장 회식' 예찬

머니투데이 전필수 기자 2007.06.13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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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LIFE}북토피아 오재혁 사장, 적재적소 인원투입 신시장 개척

당구500 사장님의 '당구장 회식' 예찬


"작지만 수많은 상황이 연출되는 당구를 통해 사람을 읽습니다."

국내 대표 전자책서비스 기업 북토피아의 오재혁 사장(39)은 요즘에도 금요일 저녁이나 야근이 있는 날이면 직원들과 함께 회사 앞 당구장으로 향한다. '어린애도 아니고 아직도 치냐'는 주변의 곱지(?) 않은 시선에도 불구하고 오 사장이 직원들을 몰고 가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당구 몇 게임 치면 그 사람이 조금씩 보입니다. 한 마디로 성격 나오는 것이죠(웃음). 공격적인지, 수비적인지, 방해할 땐 어떻게 대처하는지 등을 보면 일로만 대했던 직원들의 다른 모습을 조금씩 알게 됩니다"고 오 사장은 말한다.



오 사장이 당구라는 한물간 취미를 통해서 직원들과 소통하는 이유는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평범(?)한 경영 원칙 때문이다. 북토피아는 전자책 사업이라는 아직 다소 생소하게 들리는 분야의 선도기업이다. 아차 하는 순간 산업의 지형도가 바뀐다. 예측 불가능한 사건들이 속출한다.

이런 순간 일선의 직원들이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면 회사 자체가 위기에 빠지기도 한다. 바쁜 시간을 쪼개 직원들과 당구장을 들리고 호프집에서 맥주잔을 기울이는 이유다. 다양한 개성을 가진 직원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 직원의 성향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게 오 사장의 지론이기도 하다.



당구로 다져진 직원들과의 유대는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됐다. 오 사장의 자랑 중에 빠지지 않는 것의 하나가 바로 대부분의 창립 멤버들이 지금까지 재직하고 있다는 점일 만큼 CEO와 구성원, 그리고 구성원들 간의 관계가 돈독하다. IT 거품이 빠지며 배고픈 시절이 짧지 않았지만 초기 멤버들은 오 사장과 전자책에 대한 신뢰를 버리지 않았다.

오 사장은 "전자책 사업을 처음 시작하던 99년만 해도 정말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터무니없는 기대와 기대에 따른 거품만 가득했지요. 그러다 인터넷 거품이 꺼지면서 우후죽순 생겨났던 전자책 업체들이 하나둘씩 자취를 감췄습니다. 어려운 순간들을 넘기고 1000억원대 시장을 만들 수 있었던 원동력이 바로 직원들과의 끈끈한 유대입니다"고 밝혔다.

회사의 '넘버원'인 오 사장의 당구장에서의 위상은 어떨까. 오 사장은 당구장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다. 대학시절 당구로 용돈을 마련했다는 그의 당구실력은 500.하수들과 겨루기엔 너무 뛰어난 실력 아니냐는 딴지에 오 사장은 "당구를 즐기지 않는 직원들과의 소통은 등산으로 해결합니다"고 웃는다.


오 사장은 가끔씩 전 직원들과 함께 가까운 산을 찾는다. 등산을 통해 사무실 안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고, 직원들간 유대감도 강화시킬 수 있는 이유다. 산을 오르며 손을 잡아주고 격려하다 보면 사무실 안에서 소원했던 부분도 쉽게 풀리기 마련이다. 산에 올라서는 장기자랑 같은 이벤트도 진행한다. 당구장에서와 마찬가지로 부장님, 이사님 없이 모두가 한 가족이다.

이같은 유대감을 바탕으로 지금 오 사장이 계획하고 있는 것은 바로 유비쿼터스 시대에 최적화된 독서와 학습 환경 창출이다. 전자잉크 같은 최신 기술을 도입한 전자책 전용 단말기가 나오면 작은 단말기 하나로 ‘언제, 어디서나’ 책을 읽고, 공부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다는 것이다.



"북토피아 같은 벤처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비전 공유"라는 오 사장은 "전자책을 활용한 유비쿼터스 독서 시대의 개막, 그리고 이를 넘어선 유비쿼터스 학습 시대의 도래가 바로 북토피아 직원들이 공유하고 있는 비전입니다"고 말한다.

실제 유비쿼터스 독서와 학습 시대를 위한 환경 조성이 조금씩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2년전만 해도 북토피아는 PC용 전자책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운영해 왔다. 그러다 지난 2005년 10월에 세계 최초로 유무선 연동 전자책 서비스인 U-Book(Ubiquitous eBook)을 선보이면서 전자책의 활용 범위를 넓혔다. 상용화 당시 SK텔레콤 이용자에게만 서비스되던 U-Book은 지난달부터 KTF 이용자들에게도 제공되고 있으며, 다음 달에는 LG텔레콤에서도 이용 가능할 정도로 서비스 범위를 넓혀 나가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e잉크(e-Ink) 기술을 활용한 전자책 전용 단말기도 출시한다. e잉크를 활용한 전자책 전용 단말기의 경우 LCD 화면과 달리 종이인쇄와 가독성 측면에서 거의 유사하다. 따라서 디지털 기기로 읽는다는 거부감을 일소에 해소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정부에서 추진하는 전자교과서 사업이 본격화되는 2012년 정도에는 ‘책가방 없는 학교’가 현실화되고, 이 때 북토피아가 제작하고 공급하는 전자책이 한몫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 사장은 “앞으로 과제는 수 없이 쏟아지는 프로젝트를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업무와 사람을 시스템화하는 것입니다. 처음 시작 이후 8년 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서로간의 신뢰를 쌓은 만큼 조직과 업무를 시스템화하는 문제도 큰 어려움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본다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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