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장에서 삼성전자 등이 상대적으로 소외되면서 기관투자가들의 불만이 높은 것과 계열사별 유보현금이 많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그룹 주변에서는 지주회사 전환이 단기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사안이 아닌 만큼 관련 재판과 여론 향배 등이 추후 움직임을 결정짓는 방향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의 자사주 매입 규모는 2조8000억원대를 웃도는 규모다. 삼성중공업 등 주가가 꾸준히 오르고 있는 일부 계열사의 매입 작업이 진행 중인 만큼 3조원대에 육박할 수도 있다.
삼성그룹은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에버랜드'로 이어지는 환상형 순환출자로 그룹의 지배구조를 유지해오고 있으나 삼성생명의 주식시장 상장과 삼성차 부채문제 해결 조짐이 보이면서 지배구조 개편이 불가피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삼성생명을 상장하면 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가 되는 딜레마에 빠지고 에버랜드의 삼성전자 지분(7.3%)를 처분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멀고먼 지주사..여론 무마.주주 불만 해소용
삼성그룹쪽에서는 "주요 계열사의 오너 지분이 전체의 10% 수준 안팎으로 낮다"며 "지주회사로 바뀌려면 자회사 주식 매입에 현금으로 30조원 이상이 필요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삼성그룹의 자사주 매입 권고에 대한 공식적인 답변도 계열사가 각각의 이사회에서 결정할 문제라는 것이다. 실제로 자사주 매입 권고 과정에서 일부 계열사들만 응하고 몇몇 회사는 자사주 매입에 나서지 않은 것을 비춰볼 때 강제성이 있는 지시는 아니었다는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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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전환을 강제할 만한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은 것도 지주사 재편 자체가 심각한 고민의 산물은 아니라는 의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에버랜드 관련 재판이 2심까지 끝났지만 대법원 판결이 나오지 않은 상태고 최종심이 나오더라도 상속작업(이재용 전무의 주요 계열사 지분 확보)을 원천 무효화하기보다는 몇몇 임원들에게만 책임을 묻는 선에서 결론이 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큰 것도 주요 변수다.
주주환원을 확대하고 주요 계열사 주가를 끌어올리는 등의 여론 무마용 활동이 전무할 경우 불러올 역풍을 삼성그룹이 두려워한다는 해석도 있다. 삼성그룹이 지배구조 모범사례가 돼 달라고 주문하는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이 '삼성그룹이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에버랜드 등 몇 개의 지주사 체제로 가줬으면 좋겠다'고 밝힌 것도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이밖에 삼성그룹 계열사 주식을 편입하고 있는 기관투자가들이 삼성전자 등의 주가 부진으로 불만이 커진 것도 자사주 매집의 또다른 원인이라는 견해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