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비관론자' 로치의 변명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07.04.24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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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비관론 고수하던 로치 좌천된 것으로 관측

'영원한 비관론자' 로치의 변명


스티븐 로치(61)가 모건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대표로 발령난 것을 두고 비관론을 고수하다 밀려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로치는 증시의 어두운 측면을 강조해 월가의 대표적인 비관론자로 꼽힌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증시가 그의 전망과 다르게 승승장구함에 따라 이번 아시아태평양 지역 대표로 발령난 것을 두고 월가에서는 그가 비관론만을 고수하다 결국 밀려났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로치는 지난해 초부터 세계 주요 국가들을 돌아다니면서 '미국발 세계경제둔화'를 경고했다. 특히 미국과 중국 경제 둔화는 글로벌 연착륙을 위협하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연말에는 강세장의 주창자인 골드만삭스의 애비 조셉 코헨과 미국 증시 및 경기 논쟁을 유발하기도 했다. 코헨은 당시 미국 경제는 튼튼하고 증시도 활황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 경제는 현재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확산으로 어려움에 놓여있지만, 로치의 예상처럼 급격히 둔화되지는 않고 있다. 또 증시도 전반적으로 견조한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 로치 이번 인사에 다소 불만 표시

스티븐 로치 역시 이번 인사 결정에 대해 다소 비관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치는 23일(현지시간) 지인들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솔직히 말해 혼란스럽기도 하다. 앞으로 이코노미스트로써의 매일 매일 역할이 그리울 것'(Quite candidly, there are mixed emotions. I will miss the day-to-day practice of economics)라고 속내를 드러냈다.

또 '인생은 기대하지 못하게 꼬이고 뒤집힌다. 이번 인사 역시 명백히 그러한 것이다. 나는 월가에서 수석 이코노미스트로써 경력을 마무리지을 것이라고 전적으로 예상하고 있었다'(Life is full of unexpected twists and turns, and this is obviously one of them. I fully expected my current position for the remainder of my Wall street career)고 사실상 불만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그리고 남들과 다르게 비관론을 고수한 것에 대한 변명이라도 하듯, "세계 금융 시장이나 경제를 몰고가는 보편적인 지식에 도전해 사람들을 생각하게 만드는 것을 나의 의무라고 생각해왔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많은 관심을 가져온 중국 증시와 인도 증시를 맡게된 기대감도 표출했다. 로치는 "기존의 이코노미스트 역할과는 다르게 이제 수익을 올려야 하는 역할을 맡게 됐지만 거부할 수 없는 도전의식을 느낀다"고 기대감을 표명했다.

로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대표를 맡음에 따라 더이상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게 된다. 하지만 그는 경제적 이슈에 대한 견해를 지속적으로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내 안에는 경제학자의 피가 흐르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전보다 자주는 못하더라도 나의 견해를 밝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티븐 로치는 최근까지 미국발 경기침체 위험에 대해 전세계가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는 등 특유의 비관론을 고수해왔다.

그는 "미국이 주택 경기 둔화로 소비증가율이 떨어지고 경제성장률이 1%p 가량 낮아질 것이며 전세계 경제 성장률도 국제통화기금(IMF)이 예상하는 4.9%보다 훨씬 낮은 4%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며 세계 경제가 극도의 낙관론에 빠져있다는 점을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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