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최고의 '레이싱'을 꿈꾼다"

머니투데이 성연광 기자 2007.04.10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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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LIFE]태터앤컴퍼니 노정석 사장..자동차 레이싱 프로급

"내 인생의 최고의 '레이싱'을 꿈꾼다"


노정석 태터앤컴퍼니 사장(29)은 알면 알수록 흥미진진한 인물이다. 20대의 젊은 나이에 벤처 창업을 3번이나 했다. 1997년 국내 1세대 보안업체 인젠의 창업멤버로 활동하다 독립해 2002년 젠터스라는 보안업체를 창업했다. 그리고 2005년 블로그 전문업체 태터앤컴퍼니를 창업했다.

조금 더 들여다보면 그는 1996년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해킹사건의 주인공이다. 당시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공학과 4학년이던 그는 보안동아리 '쿠스' 회장을 맡아 포항공대와 일전을 벌이면서 유명세를 탔다. 이후 인젠과 젠터스에서 '알아주는(?) 보안전문가'로 활동하다 지금은 전국에 설치형 블로그 바람을 불러일으킨 태터툴즈를 창업하면서 '웹2.0 전도사'로 탈바꿈했지만 여전히 '해커 출신 CEO'라는 타이틀이 따라다닌다.



그러나 이같은 이색 경력을 무색하게 만드는 사실이 또 하나 있다. 그가 '프로레이서'였다는 사실이다. 아마추어 레이싱 경기에서 총 4번의 우승을 차지한 숨은 실력자에 심지어는 아예 프로레이싱 선수생활도 잠시 했을 정도다.

사실 그가 자동차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대학시절부터. 친구들과 함께 자동차를 즐겨 타던 것이 계기가 돼 2002년부터 본격적인 취미생활로 '레이싱'을 즐겼다. 하지만 그의 자동차 경주실력은 취미생활 수준을 넘어섰다. 그는 2002년 아마추어 트랙레이스 경기인 '제1회 타임트라이얼'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처녀출장임에도 1시간18분907초로 1위를 한 것. 이후 타임트라이얼 경기에서 도합 4회나 우승을 했다.



그의 레이싱 '광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03년에는 아예 프로레이서로 전향했다. 우승은 못했지만 코리아모터레이싱챔피언십(KMRC(Korea Motor Racing Championship)의 '투어링-A클래스'에서 최고 4위를 기록했다. 이 정도면 수준급 프로레이서다.

"취미치고는 너무 위험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간단하게 답했다. "트랙에서 즐기는 드라이빙은 공용도로(일반도로)에서 난폭하게 차를 모는 것보다 훨씬 안전합니다. 모든 안전조치를 취하고 경주에 임할 뿐 아니라 사소한 사고에도 즉시 출동하는 안전요원이 항시 대기하기 때문이죠."

태터툴즈 창업 이후 그는 프로레이서 생활을 그만뒀다. 현재는 종종 트랙에 나가 레이싱을 즐기는 정도다. 그러나 그의 프로레이서 생활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레이싱카' 대신 '벤처'라는 새로운 자동차로 갈아탔을 뿐이다.


"레이싱은 코너 코너마다 0.0001초를 다투는 극도의 긴장상태에서 시합을 하게 됩니다. 의사결정의 연속이라는 점에서 사업과 마찬가지입니다. 극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누가 얼마나 침착성을 꾸준히 유지하며 과감하고 올바른 결단을 내리느냐가 승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변수죠."

특히 다른 어떤 경쟁자보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는 점도 벤처경영과 비슷하다는 게 노 대표의 설명이다. 자동차 레이싱은 출력속도, 타이어각 등 자동차의 특성을 고려한 세팅을 얼마나 정확히 하느냐가 성패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데 사업 역시 구성원과 자금 등 조직 세팅을 얼마나 적절히 해주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 노 사장의 설명이다.

최근 블로그 열풍과 더불어 그도 상당히 바빠졌다. 태터앤컴퍼니가 개발한 '태터툴즈'는 이용자가 자신의 계정을 갖고 자신이 원하는 블로그를 만들 수 있는 설치형 블로그 제작 프로그램으로, 설치형 블로그라는 신조류를 만들어내며 국내에서만 20여만명의 이용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전에는 개발자 그룹과 함께 '태터툴즈'를 알리고 기능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주력했지만 최근에는 서비스 사업에도 나서고 있다. 블로그 미디어 사이트 이올린(www.eolin.com)과 다음커뮤니케이션과의 공동 서비스인 티스토리닷컴(www.tistory.com)을 오픈한 것.

여기에 지난 1~2년간 공을 들인 중국, 일본 등 해외진출도 본격적으로 가시화하고 있다. 태터툴즈는 이미 중국과 일본에 두꺼운 매니아층을 확보하고 있을 정도다. 일본의 경우 현지 회사와 제휴해 새로운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중국에도 지난해 현지 이용자그룹을 중심으로 '태터앤프렌즈 차이나'를 결성했다.

이같은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중·일 3국을 아우르는 블로그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것이 노 대표의 구상이다. 회사를 한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전문 CEO로 김창원 공동대표를 영입하는 동시에 회사의 CI도 바꿨다.

노정석 사장은 "블로그로 대표되는 웹2.0 시대 인터넷 공간이라는 레이스는 자동차경주 레이스보다 굴곡이 심해 더욱 박진감넘치는 스릴을 느낄 수 있다"며 "이 레이스에서 전체 경쟁자들을 리드할 수 있는 레이싱을 펼치겠다"며 다부진 각오를 내보였다.

웹2.0, 오픈소스 프로젝트, 블로그미디어 등 갈수록 진화되는 인터넷 비즈니스에서 그가 펼칠 프로레이싱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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