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에세이]먹고 마시고 다이어트 한다

김영권 정보과학부장 겸 특집기획부장 2007.02.08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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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생명에 대한 존중이 필요해

아름다운 서해 바다, 안면도 꽃지 해수욕장의 모래사장이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1년에 1.5m씩 모래밭이 줄고, 거친 자갈밭이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온난화나 해수면 상승같은 지구적인 환경재해 때문인가 했더니 그게 아니고 방파제와 해안도로때문이란다.



무분별한 시설물이 조류의 방향을 바꾸면서 해수욕장의 모래를 쓸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온 답이 더 심각해지면 모래유실 방파제를 만든다는 것.

하지만 그것때문에 다른 곳의 모래가 쓸려가면 또 다른 방파제로 해결할 것인가? 하긴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갯벌이 사라지자 어딘가 새로 생기는 갯벌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 사람도 있었지.
 
이런 식의 해법은 우리 주변에 많다. 아니 우리는 이런 논리의 함정에 빠져 있다. 공기를 더럽히면서 공기청정기를 틀고, 물을 오염시키면서 정수기를 찾는다. 난방을 실컷 올린 다음 가습기를 켜고, 가습기가 지저분하면 곰팡이 제거제를 집어 넣는다.



냄새가 나면 탈취제를 쓰고, 그것으로 부족하면 방향제를 뿌린다. 마구 먹고 마시면서 억지 다이어트를 한다. 그래도 안되면 지방흡입술이 있고, 요즘 유행한다는 전신 성형수술이란 것도 있다.
 
잘먹고 잘살자며 웰빙을 외치지만 그래서 하는 일이라는 게 결국 웰빙 상품을 소비하는 것이다. 값비싼 유기농 채소를 즐기기 위해 돈이 더 필요하고, 돈 벌다가 스트레스가 쌓이면 비타민과 보약을 찾는다. 그래도 몸이 아프면 병원을 찾고 이런저런 검사에 시달린 끝에 약을 먹는다. 그 약 때문에 속이 쓰리면 위장약을 먹고, 간에 부담이 가면 간장약을 먹는다.

이산저산 마구잡이로 허리를 잘라 길을 내고, 산사태가 나면 방지턱을 쌓아 올린다. 산골 계곡마다 축대를 쌓은 뒤 음식점과 별장을 짓고 물난리가 나면 축대를 더 높인다. 성난 물길이 홍수를 키우면 댐을 건설하고, 더 큰 홍수가 오면 더 큰 댐을 더 만들자고 한다.

분당과 안양 사이에 판교가 비었다며 아파트로 채우더니 판교 옆에 의왕이 한산한 편이라고 그곳을 채운다. 안양과 과천 사이에 있는 빈터도 가만히 놓아 둘리 없고, 송파 성남 구성 김포 오포 파주 검단 어디든 사이사이 빈곳은 채우기 바쁘다.
 
그리고 답답하면 뽑아낸 나무를 다시 사서 심는다. 공원을 만들고, 덮어버린 개천을 뜯어낸다. 아무리 친환경 개발을 외쳐도 개발은 개발이고, 개발의 논리는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확산된다. 개발하지 않으면 건설경기가 죽고, 건설경기가 죽으면 내수가 죽고, 내수가 죽으면 서민들의 벌이가 줄어드니 한번 시작된 개발은 절대 끝나지 않는다. 주춤하면 넘어지고, 멈추면 무너진다.
 
자연과 생명에 대한 존중이 없으니 이런 일은 아무 거리낌이 없다. 인간 외에 다른 생물은 공존의 대상이 아니라 인간의 입장에서 개발하고 관리하고 즐기고 보호하는 대상일 뿐이다.


아무리 잡아먹을 가축이라지만 비좁은 우리에 우글거리게 몰아넣고 피둥피둥 키워내기 바쁘다. 그러다가 병이 돌면 수백만마리씩 '대학살'을 자행하는 장면은 너무 끔찍하다. 여기에는 단지 먹거리만 있을 뿐이다. 바이러스를 퍼트린다는 철새도 쫓아버리고 싶다. 이렇게 자연과 생명에서 멀어져 빚어지는 문제를 과연 첨단 기술과 문명으로 온전하게 해결할 수 있을까.
 
지금 지구의 산소창고 아마존의 열대우림이 망가지고, 북극의 빙하가 녹아내리는 것도 겁나지만 그보다 더 걱정할 일은 우리 안방과 앞마당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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