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부터 먼저 다가가라

김경섭 한국리더십센터 대표 2006.11.07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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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레슨]내성적인 CEO, 한국을 알리다

필자는 20여 년 전부터 국제회의에 다니면서 어떻게 하면 만나는 사람들에게 `한국에 대해 홍보를 잘 할 수 있을까`라고 고민하며 연구해왔다.

그런데 성격이 내성적인 필자로서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동양인의 얼굴이 쉽게 눈에 띄기 때문에 각별히 조심해서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역시 내면의 생각과 변화가 중요한 법. 요즘 들어 이러한 소극적인 생각을 완전히 바꾸고 나니 오히려 할 수 있는 일들,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작년 노르웨이에서 열린 유럽 코치대회에 참석한 동양인은 우리 부부 둘 뿐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외롭다고 생각했을 텐데 생각을 바꾸고 보니 우리는 수많은 꽃들 중에 백합 두 송이 같아 신이 났고, 참석자 모두에게 적극적으로 친절한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회의기간 내내 많은 외국인들이 찾아와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신의 동생이 20여 년 전에 한국 아이를 입양했는데 지능이 우수하다`, `한국 자동차를 샀는데 가격대비 활용도가 높다`, `한국 기업이 만든 TV를 사려고 하는데 신뢰 할 수 있느냐`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친분을 쌓았다. 내가 먼저 다가가 마음을 여니 오히려 외국인들이 한국에 대해 많이 궁금해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금년 여름 벨기에에서 개최된 코치대회에는 참석한 동양인이 10여명이나 되었다. 역시 좀 한국 홍보를 할까 하고 몇 번의 질문을 했더니 유럽인은 물론 처음 참석하는 행사라 낯설어 했던 일본인이나 싱가폴인도 우리 부부를 가까이 하려는 것을 느꼈다.

아내는 한 술 더 떠서 참석자들이 선뜻 지원하기를 꺼려하는 데모 코칭의 대상자로 자원까지 하고 나니 우리 부부를 보는 시선들이 색달라졌다. 아주 적극적이고 독특한 동양인을 만났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물론 비교적 내성적인 우리 부부도 가만히 앉아 있거나 조용하게 다니는 게 편하고, 이런 눈에 띄는 행동을 하려면 내면과의 전쟁과 막중한 책임감이 필요하지만 막상 하고 나면 조금이나마 한국 홍보가 되는 것 같아서 너무나 기분이 좋다.
 
지난주 미국의 세인트 루이스에서 개최되고 1400명이 참가한 제11회 국제코치대회에는 한국인이 21명이나 참가하였다. 이제 한국에서도 코칭이 뿌리를 내리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현장이었다.

여느 때와 다름 없이 각 세션에 다니면서 질문을 하고 잘한 발표자에게 치하의 말을 했더니 한국인 참가자들이 너무나 좋아한다. 특히 세션 발표가 끝나고 한국인 20여명이 모여서 각자가 배우고 들은 내용을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 것을 보고 지나가는 참가자가 다가와서 악수를 청했으며, 늦은 시간까지 노력하는 모습에 대회 직원들이나 수위까지 감동한다.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모습은 누구에게나 감동을 주는가 보다.
 
내년에 LA 부근에서 개최되는 제12회 국제코치대회에서는 우리가 연구발표를 하여 동양 최초로 논문을 발표하는 나라가 될 것이다. 영어실력이 유창하지 못해서 쉽지는 않겠지만 지금까지 노력해 온 것처럼 열심히 자신과 싸우면 좋은 결과를 얻으리라고 다짐해 본다.
 
게다가 우리 부부는 이번 가을에 각각 PCC(Professional Certified Coach) 와 CPCC(Certified Professional Co-Active Coach) 인증을 획득하였다. PCC는 국제코치연맹의 인증자격 3단계 중 두 번째 단계로서 현재 국내에서 PCC 인증코치는 나를 포함하여 단 2명뿐이다.

그리고 나의 아내가 획득한 CPCC는 세계적인 코칭기관 CTI의 코엑티브 코칭 5단계 과정과 6개월간의 하드 트레이닝을 수료한 코치에게 부여되는 자격으로서, 국내에서는 최초로 인증을 획득한 사례이다.
 
이처럼 내성적이고 외국에서는 신기한 시선을 받는 동양인지만, 우리의 자그마한 노력들이 결코 헛되지 않음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주도적으로 이런 활동을 전개한다면 세계에 한국을 알릴 수 있는 최상의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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